말과 침묵과 감

자작시

by 김가인 오로시


쓸데없이 감을

아침부터 따고 있다

내게 오지도 않을 감

그러나 언젠가는 올 감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한 법

글도 마음부터

조용히 데워야 하는 법

생각들은 줄지어 서서

시간의 에스컬레이터에

감 한 알씩 태워 보낸다

올라간다

올라간다

위층으로 올라간 감들은

말이 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내려온다

내려온다

계단 틈새로 미끄러진 감들은

그냥 오늘의 찌꺼기가 된다

결국 내 앞에 남아 있는 건

몇 알의 말과

몇 알의 침묵뿐

역시, 나의 감은

달고

쓰고

조금은 시큼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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