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곧,
눈이 곧 내릴 것 같아
혼유석(魂遊石) 앞에 다섯 개의 향
타들어간다, 제 몸을 태우며
없어져간다, 제 몸을 없애며
연기는 위로만 알고 올라가
멀리멀리 흩어진다
잘 가라, 멀리
걱정마라, 여기는
거기선 덜 아프기를
한마디씩 건내고 나서
내려온다, 산기슭 검은 흙을 밟으며
산 뒤로 넘어가는 해가
등을 한 번 쓰다듬고 지나간 뒤
저벅저벅
나는 흰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내년에도 이 흙 밟으러 올게
멀리서 형-, 하고 부르며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 같은데
벌려 둔 두 팔은
허공에서 재가 되어 흩어지고
반짝이던 네 두 눈은
밤마다 창문 유리에
작은 불빛으로 매달려 나를 본다
작년 겨울에
접어 두기만 했던 작은 종이배 하나를
얼어붙은 강물 위에 살짝 띄워 보내 본다
둥-둥
반짝-반짝-
머----얼-----리
눈발 사이로
배를 따라가는 눈길을 거두지 못한 채
다음에도 우리
또 만나자고
작게 말해본다
*혼유석(魂遊石): 특히 전통적인 묘지에서 고인의 영혼이 노니는 자리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