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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Sep 27. 2019

<편의점 인간>을 읽고

정상성 폭력의 우회 비판

<편의점 인간>을 정상성에 대한 폭력의 우회 비판으로 읽었다.

저자가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어딘가 색다른 '묘한'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저자는 지금도 주 3회 편의점에 출근하며 "일반적인 세상 이야기에 묘한 것을 집어넣고 싶다"한다.


장편이지만 짧고 한 시간만에(느낌이 그렇다) 후루룩 읽혔다. 그만큼 흥미롭고 재밌다.
실제 편의점 알바를 18년 간 한 작가가 18년간 편의점 알바만 하며 삽십 대가 된, 결혼하지 않고 연애 한 번 하지 않은 여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편의점엔 매뉴얼이 있어서 인조인간 로봇이라도 인간행세를 할 수 있는가보다. 주인공 후루쿠라가 어릴 때부터 공감능력 전혀 없어 뜻밖의 사건을 일으키고(싸우고 있는 애들이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삽으로 둘다 때려 조용하게 만들고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던 아이였다) 가족들은 후루쿠라를 평범한 아이로 '고쳐'놔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전긍긍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후루쿠라는 학창시절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택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가족들은 안심했다.

그랬던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시작하고 매뉴얼에 따라 성실히 일을 해나가자 누구도 그의 특이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편안히 살아가게 된다. 그녀의 모든 촉은 편의점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데에 향해 있고 몸이 자동반응한다. 매우 유능한 직원으로 점주가 여덟 명이나 바뀌는 동안 후루쿠라는 계속 같은 점포에 근무하는데 점점 직원들이 그녀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당황하게 된다. 정상적이라고 느끼도록 대답을 하기가 너무 곤란하기 때문이다. 20대에는 알바를 하고 있어도 다들 그러려니 했으나 30대가 되어서도 결혼을 안 했고, 애인도 없고 변변한 직장을 하려고 하지 않고 알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그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듯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길로 가지 않느냐 야단치고 고쳐놓으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정상의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후루쿠라는 당황해하지만 자신을 바꿀 수 없고 사람들을 바꿀 수도 없어서 정상으로 보이려는 기막힌 시도를 하는데 기상천외하다. (안 읽은 사람을 위해 후반부의 이야기는 남겨 놓겠다)

관심을 빙자한 사람들의 질문이 한 개인 인격에 얼마나 폭력적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만을 취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정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둘을 한꺼번에 갖고 싶은 사람에겐 더더욱 권하는 소설임.

편의점이 굴러가는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재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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