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 Dec 11. 2020

공부의 의미

2학년 김민주 학생

공부의 의미에 대하여   

  

나는 공부가 싫다. 매일 같이 일찍 일어나 등교하여 책상에 들러붙어 하루를 보내야 하는 그 일상이 정말로 싫다. 여기서 알고 가야 할 것은 내가 싫어하는 공부란 대학교를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뜻하는 것이며, 나는 특정한 학문을 배우는 일 자체엔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고등학교의 교육과정도 하나의 학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분야에도 전문가가 존재하고 교과서라는 책을 통해 내용을 정리하고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내가 흥미가 없는, 배워도 그만 안 배워도 그만인 것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는 미술 대학교에 진학하여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과 내 생각이 담긴 창작물을 나누며 함께 재미와 행복을 느끼고 싶다. 그렇게 줄곧 그림을 즐기는 걸 업으로 삼고 싶다. 흔히 이상론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상론이라도 믿고 싶은 사람이다. 그 이상론에는 학문에 관한 나의 철학도 담겨있다. 나는 내가 최대한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하며 살고 싶다. 이 삶의 모토는 학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크게 알고 싶지 않은 것을 꼭 알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따로 배우고 익히면 된다. 굳이 당장 하고 싶지 않은 일에 힘을 써봤자 관심도 없는 일, 어차피 다 까먹어버리고 결국에 내 노력은 허사가 된다. 그럴 바엔 필요한 건 필요할 때만, 영구적으로 배우고 싶은 건 배우고 싶은 만큼 그대로 정진하면 되는 게 아닌가. 무조건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교육과정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까지 비효율적이야 하는가? 왜 그 비효율적인 수단을 모든 학생에게 끊임없이 강요하는가? 몇몇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필요하지 않은 건 하지 않고, 필요한 것은 꾸준히 하며 잘만 살아간다. 전과목에 능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오히려 강요를 받는 공부일수록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잠깐 내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이때까지 오로지 강요에 의한 공부를 해왔고, 결과도 강요에 의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수학을 싫어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초등학생 때 다닌 학원에서 맞으면서 배웠다. 틀린 만큼 맞고,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꾸중을 들으면서 끝까지 문제를 풀어야 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혼자 화를 내기도 많이 냈다.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와서도 억지로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열심히 했다. 하루에 몇 시간을 학원에서 버티는 건 고역이다. 그것도 아주 싫어하는 수학을 풀어야 하는 것은 말이다. 성적은 그럴듯했으나 기뻤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강요받았으니까. 고등학교에 올라와선 그냥 놓았다. 내 입시에 지장이 없었고, 내 인생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놓은 후로는 마음이 편했다. 그동안 애써 외웠던 공식들도 설탕이 물에 녹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사람은 자기 판단으로 삶을 살아간다. 당연하다. 나의 삶이니 내가 선택한다. 그런데도 이 당연한 권리를 방해하는 장소가 있으니 나는 그것을 감히 학교라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배우고자 하는 것에만 노력하려고 한다. 바로 이 학교에서. 대학교에 진학하여 비로소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앞서 말했듯 내가 '공부'라는 것 자체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배우고자 하는 학문이 있고, 내가 전공하려는 미술 또한 공부가 필요한 학문에 가깝다. 애초에 공부하지 않으며 알 수 있는 학문이 어디에 있을까? 그러니 내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나에게도 뜻이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 머리를 쓰는 그 모든 것이 내 공부의 의미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을 훔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