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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 Jul 20. 2021

생기부에 담기는 아이들 성격은


생기부(학교생활기록부의 줄임말)에 담기는 아이들의 면면은 과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표현된 것일까?

담임이 일 년간 관찰한 결과 한 아이가 갖고 있는 태도, 성향, 관계성, 장점과 아쉬운 점 등을 '종합의견'이라는 항목 속에 적는다.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에는 수업 시간에 보인 아이의 활동을 기록한다. 객관적으로 관찰된 사실을 쓰려고 하지만 교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교사와 다른 성향의 아이가 보이는 특성의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도 있고 정도 이상으로 대단하게 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영향 받지 않는 유형은 관계를 우선시하고 나보다 남을 더 챙기고 타인의 평가에 마음이 흔들리는 아이를 보면 답답해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그러지 말라고 조언할 지도 모른다. 그 아이의 성향을 인정하기 보다 교사가 옳다고 생각하는 특성을 활성화시키려고 애를 쓸 수도 있다. 


이번 학기에 고등학생이 쓴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라는 책 중에서 '소심한 나와 너를 위하여'라는 글을 수업 자료로 썼다. 학교에서는 내향적인 성향이 외향적인 것보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례를 제시하고 왜 상호대립적인 두 가지가 긍정과 부정의 관계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글이다. 글을 읽은 후 학생들 자신에 대해 쓰도록 했다. 읽어보니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한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바꾸려고 노력해왔던 힘든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이제 내면적으로 많이 자라서 단지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이유로 개개인이 지닌 자질과 가능성이 학교에서 외면받고 배척받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할 줄 알고, 자신도 억지로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이 자기 성향과 잘 맞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자존감 차이가 학교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도 하고 무겁게도 했을 것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산란해진다. 생기부의 계절에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신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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