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줄, 2186번 서랍
일곱 번째 줄, 2186번 서랍을 열다.
우리 집 사람들은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
한번 시작하면 엔딩을 봐야 했으며,
레벨이 있다면 소위 말하는 만렙까지,
전직이 있다면 모든 전직까지 끝내야 하는 끈질긴 게임 병
나는 이 서랍의 훨씬 이전의 기억 속에도 몇 번 게임을 했다.
'디아블로'라는 어마무시한 게임을 켜주며
절대 죽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는 아버지 기억부터
마우스로 클릭하는 법과 키보드 사용법을 알려주는 엄마 기억까지
게임에 관련된 기억은 정말 많다.
2186번째 서랍에 든 기억은
위층에 살았던 언니와 함께 하던 '크레이지 아케이드'
물풍선을 놓고 터지는 타이밍에 맞춰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임이다.
나름 귀여운 게임인데 나는 물풍선이 정말 무서웠다.
물풍선에 갇히는 모습이 공포였으며 풍선이 도대체 언제 터지는지 몰라
플레이 타임마다 매 초가 두려웠다.
이 기억은 결국 물풍선이 터지는 모션이 두려워 엉엉 울던 모습이 끝이다.
우습겠지만 정말 두려웠다.
나는 두려운 게 많은 아이였다.
고작 화면 속 물풍선도 두려워 엉엉 울던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