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줄, 2223번 서랍
일곱 번째 줄, 2223번 서랍을 열다.
이 날의 전날은 부모님이 심하게 다툰 날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힘없이 작은 방에 하루 종일 누워있었으니까
나와 동생은 장난감으로 한참 놀았는데,
내 몫은 정리를 했고 마침 들어온 아버지가
집을 치우라며 소리를 질렀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무섭게 느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화가 났다.
내가 어지른 구역이 아니며,
여기 널브러진 장난감은 동생이 쓴 거니
나는 치우지 않겠다고 소리를 빽 질렀고
내 기억상 처음 소리를 지르며 반항한 날이었는데
그때 당황한 아버지의 표정이 아직 생각난다.
그러고선 누워있는 엄마한테 다가가
내가 한 게 아닌데 왜 치워야 하냐며 울었다.
그때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결국 아버지가 두려워 마저 방을 치웠다.
방을 치우며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
엄마에게 무어라 소리치며 화내는 목소리
그 목소리들을 들으며
그냥 헤까닥 치울 걸 하며 후회했다.
이 후회는 몇 년씩이나 나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