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줄, 2292번 서랍
일곱 번째 줄, 2292번 서랍을 열다.
'다마스'라는 차를 아는가.
밋밋한 미니 봉고처럼 생긴,
언젠가 에어컨 수리나 방충망 수리 또는
세탁물을 취급하는 차를 여럿 보았을 것이다.
아버지의 차는 아반떼였다가 다마스였다가
여러 차로 바뀌곤 했다.
겨울 무렵 짧은 해가 지고
캄캄한 밤에 나와 내 동생은 아버지 손에
짐짝처럼 붙들려 다마스 뒷 자석에 실렸다.
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나와 내 동생은 지금 나가자며 맨발로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정사각형 창문이 여러 개 달린 중문의 유리창은 박살 나있었고
집은 이미 엉망이었으며
싱크대 앞에서 흰색 패딩을 입은 엄마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웅크린 엄마를 발로 차고 있었다.
내 머리는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다마스에서 뛰쳐나온 순간부터 집에 들어 선 순간까지
본능은 오직 '엄마'를 가리키고 있었고,
나는 엄마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 사이 뒤를 돌아보는 아버지와
아슬아슬하게 아버지를 피해 따라 들어온 동생
중문의 몇 장 남지 않았던 온전한 유리창마저 박살이 나고,
몇 분인지 몇 초인지 모를 그 하얗게 질린 시간을 지나
아버지는 집을 떠났다.
박살 난 유리창처럼
나는 산산이 조각 나
세상에서 가장 각진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가 만든 조각 같은 나
각진 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두 번 다시 다마스를 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