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직은 타투이스트

급발진 타투이스트되기

by 각진 동그라미

'각진 동그라미의 삶' 글을 쓰다 보니 정신이 아파지는 것 같아서 나름 분위기 전환 차 그동안 경험한 직업들을 쓰게 되었다. 사실 나는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글을 쓰고 싶다. 괜한 무게 잡히는 글 말고(웃음)

현재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데, 그리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직업 썰을 들려주려고 한다. 그중 첫 번째는 '타투이스트'로 지낸 삶을 쓰려고 한다. 얼마나 길어지지는 모르겠다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타투이스트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나는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고, 엉뚱하게도 요식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졸업하기도 전에 원래 아르바이트하던 곳의 본사에서 스카우트당하고 취업 준비라는 두려운 시간 없이 무사히(?) 취업하게 된 케이스였다. 하루에 14시간씩 일했다고 하면 믿겠는가.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계만큼 일했던 열정 과다의 직장이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직면하게 되면서 내 머릿속에는 비상벨이 울렸다. '조졌다! 구조조정 당할 수도 있겠다!' 물론 우리 대표님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지만, 회사 젤 막냉이였던 나는 조급한 마음에 무척 초조했다.


그러다 어느 날처럼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리다 타투영상을 보게 되었더란다. 그리고 그건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이거다! 싶었고 타투를 수강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단번에 등록했다. 등록비는 무려 300만 원! 이 돈 내려고 그렇게 일했구나 싶었다. 그 외에도 아이패드니 머신이니 하며 모아둔 돈을 야금야금 깨 먹게 됐고, 수강 기간 3개월이 지나자마자 같은 기수끼리 덜컥 샵을 차렸다. 내 모든 재산을 탈탈 털어 오픈한 샵이었다. 그리고 퇴사하게 된다. 이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내가 퇴사하고서 회사는 대박이 터져서 정말 잘 됐다..)


처음엔 열정적으로 일했다. 밤낮없이 도안을 그렸고, 문의도 많았다. 초반에는 가격도 많이 후려쳐 몰려드는 고객에 몇 달은 쉬는 날 없이 일했다. 내 천직인걸 몸소 느끼며 내 도안을 작품이라 칭하며 받아가는 고객도 있었고 해외에서 내 도안을 배경화면으로(?) 써도 되겠냐는 연락도 많이 받고 명예욕을 확실히 채웠던 것 같다. 물론 좋은 것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변태'-자신의 중요 부위에 작업이 되냐부터, 돈 입금한 척 슬쩍 도망가려는 사람, 할인 좀 해달라 싹싹 비는 사람, 밤마다 연락 와서 밥 먹자는 여미새, 술 먹고 술주정 연락하는 사람 등등 웃기고 기가 막히는 상황도 많았다. 제일 웃겼던 건 올 때마다 과한 선물을 들고 오던 남자 손님이었는데 영 느낌이 싸하던 차(요상한 행동을 많이 함)에, 놀러 온 남동생(무섭게 생김)을 보고는 그 뒤로 연락이 아예 없었다.


그렇게 4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오래도록 같이 운영할 것 같았던 기수들은 차차 빠지게 되고, 나는 최후의 타투이스트가 됐다. 혼자서 그 큰 샵을 운영할 수 없던 나는 아주 자그마한 방을 빌려 친구와 1년째 운영 중이다. 돈 잘 벌겠다?라는 생각은 금물. 해가 갈수록 손님이 없다. 주변 상황을 봐도 잘 나가는 작업자들은 해외로 나서고, 워낙 레드오션에 경기가 안 좋아 사람들의 지갑이 닫히는 바람에 더 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문의가 숨 막히게 했다. 이 일은 컴플레인이 들어와서는 안되고 완벽해야 했으며, 위생에도 철저해야 한다. 완벽주의(항상 1%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로 고통받는 내게는 차차 안 맞는 일이 됐다. 아무리 작은 사이즈의 타투여도 내 마음은 편치 못했고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결국은 열정이 팍 식어 손 떼다시피 하는 중이다. 관리하던 sns는 마지막 게시글이 작년이다.(블로그는 무려 2년 전) 그렇게 관리를 안 하는데도 종종 문의는 들어온다. 먹고살아야 하니.. 울며 일을 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워하는 고객들을 보면 좋긴 하다. 매 년 꼬박 들러주는 단골 고객들도 있고.(깨알 자랑이다.)


혹여나 타투이스트를 준비하려는 분은 꼭 기억하길 바란다. '해외로 나가라!' 글쓴이가 막 엄청난 작업자에 몇 십 년 되는 경력 어마무시한 작업자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기본기를 쌓고, 해외에서 맘껏 작업하길 조언한다. 특히 고객이 없다면 계속해서 그려라 그게 무엇이든 언젠간 그 그림을 품에 안고 고객이 찾아올 것이다.


어쨌든! 나는 해외고 우주고 다 필요 없고 그냥 지금처럼 소소하게 몇 작업씩 하며 내 안의 완벽주의를 잠재워보려 한다. 언젠간 다시 이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된다면, 그땐 해외를 꿈꿔 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