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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만난 J

J는 여전히 무례하고, 눈치없고, 유쾌한 아저씨였다.

by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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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는 사진동호회에성 알게된 형이다.

내나이 또래 중심이었던 사진 동호회에서 유난히 나이가 많았던 형이었다.

특유의 넉살과 사진실력으로 인해 쉽사리 친해지게 되었다.


매주말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평일 저녁에는 커피한잔을 할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지만,

정작 이 관계가 왜 이렇게 소원해졌는지는 알길이 없었다.


연락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적이 있지만,

각자의 일상이 바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쉬이 접고는 했다.


추억이 묻어있는 동네인 충무로를 거닐다 전화를 한번 걸어봤다.

몇년만에 연락을 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수화기너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게 약속을 잡고 만난 J는 여전했다.


여전히 눈치는 없지만, 유머는 잃지 않았고

무례했지만 튝유의 선을 넘지는 않는다.

과거 은연중에 내비치던 정치색은 이제는 완연하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이부분은 나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축이라 주책스럽기는 했지만 얼굴 붉힐 일은 없었다.)


J는 코로나 시절동안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사진일과 배달일읋 했다고한다.

평생 건강할줄 알았지만 큰 병치례도 한번은 했다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막역한 사이였는데 왜 이렇게 미약한 관계로 바뀌었을까에 대해 물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는듯이 J는 빠르게 대답했다.


"sns에서 잘 살고 있는것을 보고 있으니 그걸로 된거 아닌가,"

이 대답을 들었을때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그래서 실제로 만나보니 어떤가 하는가, 라고 물었을 때도 역시나 그는 고민없이 대답했다.

"지난 주말에 만난것 같은 느낌이다. sns에서 매번 너의 사진과 글들을 보고 있으니까 늘 보고 있는 느낌이다"


'누군가와 더 잘지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용해온 sns가, 어쩌면 우리들의 인간관계를 끊어내고 있는건 아닌가?'


'sns의 디폴트값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이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굳이 연락을 할 필요가 있을까?'실제로 J를 만니기 전에는 J의 일상과 그의 생각을 알 길이 없었다.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생활하고 있지 않을까?


J와 3시간이 넘게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주에 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할말과 들을 말은 많나보다. 자주 보자는 인사치례로 헤어지긴했지만, 인사치례로 끝낼 생각은 없다.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예전의 기억을 이어갈 수 있는 인연을 붙들어 갈 예정이다.


인간관계는 노력을 해야한다라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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