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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Jul 21. 2015

갑자기 떠오른 타국에서의 기억들. -1

1년간 독일에 어학연수겸 놀멍쉬멍 겸 살았던 적이 있다.

벌써3년전 기억이지만,  큰 기억들 말고

그냥 갑자기 비슷한 느낌이나 냄새를 맡으면 그때 거기서의 작고 섬세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냥  짧은 단상들, 짧았지만 강렬했기에 내 무의식속에 존재하고 있는 그때의 기억들. 

별건 없다. 근데 나에게는 별거다 



무거운 짐가방 들고 숙소 찾아 헤매기

가볍게 옷을 갈아입고 동네 산책 근처 식당에서 몇유로 안하는 파스타로 저녁 떼우기

시끄러운 펍 위에 무너질것 같은 8인용 숙소 벌레 

날씨 좋은 그 다음날 여행 시작

평소보다 일찍 그곳의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에 같이 여행 시작하기

뜨끈뜨끈 크루아상 원두커피 2유로

흔히 볼 수 있는 우중충한 날씨와 안개는 가끔은 더 좋은 풍경을 만들어줌

가끔은 미친듯이 파랗고 맑은 날씨 

누구에겐 일상이자 누구에겐 낯선 광경

인사 실례구하기

트램 덜컹거리는 후진 지하철

낮은 건물의 다닥 다닥 붙은 주택들사이로 쭉 뻗은 도로 

맥주

음악 

속마음

빈티지 가죽 가방  알트슈타트 


dm 화장품 쇼핑   BIO MARKET 먹거리 쇼핑 

이것 저것 다양한 재료들 구경하고 사는 재미, 싸다, 살맛난다.

일주일에 두번은 자주가는 베커라이에서 100 prozent Roggen Brot half 사기

배고프면 broetchen mit kaese 언제나 

새로알게된 친구 만나서 원없이 이야기하기 틀린 말이겠지만 그냥 다 얘기하기 

들어줘서 고마워 

같이 일본음식을 먹고  맥주나 커피를 한잔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기,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는 것 

초록색 칠판 한가득 써있는 낯선 언어들 그 사이에 '안녕'

가끔은 밤새 데킬라를 마시고 미친듯이 춤을 추고 놀고, 트램이 끊기면 다같이 대형 택시를 타고 

한명의 집으로 가기, 가는길에 해장을 한다며 pizza를 사가고 누군가의 집에서 또 밤새 떠들고 

다시 조용해진 그 나라 일상

햇살 좋고 한가로운 낮, 동네의 번화가로 나가기 

생각보다 예쁘고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숨어 있는 동네,

발견하는 재미. 

모든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 앉아 낮시간을 즐기고 햇살을 즐기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노년생활을 즐기는데, 행복해보인다. 

그 사이에끼기

감정 공유하기

학원 끝나고 헬스장 가기, 한달에 50유로, 여기 또 다니고 싶다 시설 좋으니까

멋쟁이 오빠들이 으쌰으쌰 운동하는거 구경하기

나혼자 아시아인인데 주눅들지 않고 혼자 열심히 운동하기

눈만 마주치면 인사하는 여기 문화에도 적응하기

학원 빼먹고 혼자 공원가고 돌아다니고 구경하기 하여튼 돌아다니는건 되게 좋아해

집에는 잘 안붙어있기

집은 작은데 소파가 없다. 식탁 의자는 너무 딱딱하기 때문에.

처음에 살던 집은 주방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집은 너무 낮고 답답했다.

총4번의 이사를 하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다.

처음에 살던 wg 생각보다 재미도 없고 불편했지만 여기만 생각하면 독일 처음 갔을 때 느낌들이 생생해서 기분이 묘 하다. 초반에 나도 모르게 불편하고 긴장했는지 먹고 심하게 체한적이 있다 너무 아팠다 서럽고 눈물이 막 났다 어딜가나 차분한 언니는 내방에 와서 약을 주면서 울긴왜우냐고 뭐라고 했다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했다 잘 도착했다고 언니의 모습도 조금은 아이같았다 부모님 앞에서 여기는 낯설고 우리는 잘 도착했고 동생은 아프다고 내일부터 학원을 등록하고 장도 보고 이것 저것 사야한다고 말한다 여기는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 독일이 원래 그래 스카이프 하는 방법을 잘 알려드렸지만 부모님은 잘 모르신다 그래서 인터넷 전화를 사갔다. 우리가 먼저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하면 돈이 나간다. 낯선 곳에 있을 자식들 생각을 얼마나 하셨을까. 부모님 핸드폰에 정성스럽게 저장되어 닳도록 보고 또 봤을 보내드린 몇 안되는 사진들. 

그 낯섬과 떨림과 초저녁의 느낌들 그리고 독일만의 특유의 느낌들 방 자체는 넓고 아주 좋았다. 창도 크고 근데 불편했다. 화장실 부엌 등 

그다음에는 아파트, 그다음에는 이상한 기숙사, 며칠만에 옮겼다 벌레가 뛰어다녀서,

그리고 잠깐 친구집에 얹혀살기

그리고 또 아파트, 마지막이였지. 좋았다 여기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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