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키의 로그人- 14. 날 찾아 봐나나

by 가키


"날 찾아 봐나나"

내가 봐도 웃긴 이름이다. 내가 그려놓은 바나나 그림에 내가 만들어준 이름이다.

초등학생이나 그릴 법한 그림체에, 그것도 방 벽에 물감을 치덕 치덕 발라서 그린 그림.


그런데 어디든, 어떻게든, 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낙서하는 것도 좋아하고, 물감 색을 이것저것 써서 새로운 색을 만들어 내는 것도 좋아하고,

이해도 안 가는 그림을 그려대는 것을 좋아했다. 그냥. 취미.

지구력 저질인 내가, 끝까지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하나는 이거다.


드로잉 이 뭔지 채색이 뭔지도 무슨 물감인지 무슨 붓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집에 있는 거라곤, 초등학교 때 쓰던 말라빠진 12색의 물감과, 크레파스, 물감이 물든 물통뿐이었으니까..

대단한 예술을 할 것도 아닌데, 도구가 뭐가 중요하겠어.

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물감을 벽에 쭈욱 짠 다음에 휴지를 뭉쳐서 비비거나, 나무막대로 그어가면서 그림을 그렸다. 손으로 문대거나. 나는 오히려 붓으로 그리는 것 보다 훨씬 재미가 느껴진다.



그래도 그렇지 벽은 좀 심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고등학교 때 밤새 내가 방벽에 그려놓은 그림들은 모든 가족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한 사건이었다.

사실 생각보다 거부반응이 크지 않았어서, 그 이후로도 계속 그리긴 했다.

아빠는 나를 보고 "정신이상자" 같다고 농담반, 진담반 하지만.

지금은 벽에 더 이상 그릴 공간이 없어서, 캔버스를 사귄 했다. )

P20150123_132840000_E127EC1D-B289-4C71-B95D-2FDB256CC286.PNG 심해저를 항해하는 금붕어
P20141211_002302828_7682028E-A06A-4BE9-A739-DE64DB63A7EC.JPG 이때가 시작이었지, 나도 뭔지 모르겠다.


창작으로부터 느끼는 즐거움은, 나에게는 생각보다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다.

잘 그리지 않는다.

가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제대로 해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아마도, 배웠어도 성공하진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천재성이나 잠재력이 있었다면, 배우지 않았어도 떡잎부터 달랐을 테니...


어쨌든 노트에 끄적끄적 그리고, 방벽에만 치덕치덕 하다가

친구 생일 선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주기로 한 이후로 부터는 캔버스를 사서 그리기 시작했다.

P20150121_125259484_494F57CF-A864-4B6D-800A-757747CD37AB.JPG
P20150123_211147822_BA431A6D-A2EB-4D86-AE85-265EA98AF8BB.JPG

한정된 물감과 도구로 하다 보니 거기서 거기인 그림이 만들어지긴 했다.. 창의성의 부족 일수도 있고


가끔은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지금 내가 기분이 매우 우울하다라는 것을 의미할 때도 있다..


P20150121_130127883_FD1F0300-088E-4D83-938A-AEF2ECB6D102.JPG
P20150204_130923502_976F292B-619F-4D3D-B4D8-5C493D3824DD.JPG
P20150123_220651238_D69C99F2-998E-4E48-9227-E1460B302C1C.JPG
P20150121_130204315_3349D8A1-4F03-4BD2-AAB4-56C17A908950.JPG
P20150123_225248451_FCDD1EC9-F3EA-4B3F-B04B-5A26E8F8DCE4.JPG


웃기지만, 판매 사이트에 올려 본 적도 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누군가는 내 그림을 마음에 들어서 산다고 하지 않을까?

무려 3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올려보기도 하고, 이곳 저곳 카페에 다니면서 내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림 사실래요? 카페에 전시하실래요? 한적도 있다. (나는 굉장히 무모한면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쨌든, 나는 그릴 때 행복하니까 계속 그려야지.

내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예술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많은 예술들도 그겋게 흘러가려는 것들을 붙잡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겠지, 예술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것들. 자신들의 행복을 위한. 예술에 대한 본질은 이것이 가장 영순 위가 아닐까.
누구를 위한 것도 , 무엇을 위한 것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