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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Oct 18. 2015

다시 보게 된 설악산

한글날이었지,

공휴일을 맞아서 가족 다 같이 여행을 떠났다.

조금 특별했던 이유는 군복무로 비어있는 동생의 자리를 언니 남자친구가 대신 채워줬다는 점.

알게 된 지 오래된 사이라 그런지, 편한 사이었지만 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낯선 사람의 존재는 우리의 여행에 살짝 친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더 설레고, 더 들뜨는.

강원도 설악산에 가기로는 했는데, 웬 설악산? 

단풍이 핀 건지, 어머니 아버님들 등산복이 핀 건지 모를 정도로 알록달록한 인파에 파묻혀서 

정신없지 않을까..

혼자 가는 여행도 아닌, 차 타고 편하게 가는 가족 여행이라 그런지

말 그대로 '별 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서 그런지 모든 자연경관이 더 경이롭게 느껴졌다.

컴퓨터 속에 꽉 갇힌 채 푸석푸석 메말라 버린 내 감성을 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매끈 매끈하게 요철들이 사라지게 부드럽게 빚어나가는 느낌


강촌을 지나갈 때 창문을 활짝 열었다. 360도로 웅장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있고

오른쪽에는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번쩍 번쩍 빛나는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와... 진짜 좋다" 

고작 강촌까지 밖에 안 왔는데. "여기가 한국인가.. 여기 스위스 아니야?"를 연발했다.

(필자의 별명은  김;과장이다.) 


국토대장정을 했을 때, 딱 한번 '힘들어 죽겠음'을 이길 정도로 감동을 받은 자연경관이 있었는데

문경새재로 걸어 올라갈 때였다. 나는 모든지 웅장해서 나를 압도하는 숭고미에 심하게 감동하는 것 같다. 

그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자연'만이 선사하는 고유한 느낌이기 때문에.


특히나 백담사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100번도 넘게 했다. 가보면 알 수 있다.

낙산사에서의 아침 일출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도, 곡선진 소나무의 요염한 자태 사이로 삐져나온 붉은 해의 모습이 이토록 신선한 느낌이었는지도,

백담사를 가면서 오후 3시의 햇살과 맑은 계곡물과 고즈넉하게 넓게 자리 잡은 절이 저렇게 존재만으로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지, 기분 좋게 차가운 가을 바람이 한번 불고 탈-랑 이는 풍경소리 한번 우는 것의 느낌,

공간과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제3세계에 와 버린 것 같은 낯설고 신비스러운 느낌들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느껴버렸다. 


하지만 요즘 그렇듯 감동을 느끼는 것은 전체보다는 부분에서부터이다.

작고 작은 것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고 들여다보고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 것들로부터 발상이 전환되고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표현의 방법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온 세상이 두꺼운 붓에 햇살을 묻혀서 물을 먹인 채 수채화 그리듯이 칠해져 있는 

딱, 아름다운 시간대.

그런데 뿌리째 뽑혀 죽어있는 나무를 봤다. 

까맣게 죽어있는 깊고 굵직한 주름들을 갖고 있는 큰 나무. 

묘-했다. 그 어떤 것보다 죽어있는 나무의 모습은 마음이 이상해 진다. 


갑자기 비가 왔다. 고마웠다. 


여행 관광 가이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 관련 소스는 없다

다만,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백담사(버스 타고 올라가기 - 버스 타고 올라가는 길과 경관도 엄청나다. 오후 3-4시)

*낙산사(아침 일찍 가서 일출도 보고 한바퀴 산책하는 것을 추천. 굉장한 가을 바다를 볼 수 있다. 오전 6시) 

*펜션 - 다로산 펜션 (새벽에 창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바다 그림이 걸려져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이 시작되는 광경을 펜션 안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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