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종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간다.
집에서부터 열심히 달리면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주중 밤에 한강에 달려가면 몇몇 뛰고 있는 사람들, 쭉 뻗은 아스팔트, 번지면서 반짝이는 좌 성산대교 우 가양대교의 주황빛 불빛, 잔잔한 강물, 검푸른 어둠, 뻥-----------뚫린 시야
매일 앉아서 쉬는 자리에 앉았다.
내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으면 참 섭섭하다. 이 자리를 위해 달려온 거니까.
거기 앉았다가 누웠다가 종이를 꺼내서 끄적끄적 했다가 음악을 틀었다 껐다
가만히 앉아 있기에 참 좋다.
내 시야를 가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백지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각을 그려볼 수 있는 듯한
그런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서 참 좋다.
두 번의 이상한 기분을 느꼈었다.
한 번은 가만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오래도록 밖에 혼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날씨가 참 요상했다. 울먹울먹 하늘이 땅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하늘이 땅으로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정말 무서웠다. 그 어떤 SF 영화보다도 더 스릴 있는 시간이었는데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잘하면 그 하늘에 진공청소기처럼 쏙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한 번은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구부려 얼굴을 다리 사이로 넣어 거꾸로 앞을 바라봤다.
한강이 하늘이고 하늘이 땅이었다.
세상에
저런 세상이라면 빨리 가서 살아 보고 싶다.
그런데 사실 굉장히 흥미롭다.
우리는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감정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어제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에 뻥뻥 뚫린 기공에서
엊그제는 맥주가 나오는 수도꼭지(?)의 포부(?)에서
새로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