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사랑의 과정, 섬세한 감정 표현(표정, 말투, 숨소리 까지), 영화의 색감, 적당한 우울함. 두고두고 여러 번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 사랑에 대한 나의 경험과 넓어진 감정대인지 보면 볼수록 공감 가고 슬프기도 하다.
레즈비언 영화이지만, 크게 의미두지 않고 본다.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라는 큰 의미에서 보니, 확 와 닿는 영화였다. 최근에 다시 본 'HER'도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사랑 보다는, 두 인격체의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영화에 집중했고, 사랑하는 과정에 있어서 언제나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의 태도, 함께 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 첫 번째 사랑을 통해 두 번째 사랑을 이해한다기 보다는, 두 번째 사랑을 통해, 결국 첫 번째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다는 점을 보았다. 마지막에 헤어진 옛 연인에게 사랑과 진심을 전달하는 테오도르가 부럽고, 나는 그런 연애를 해 볼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연애에 끝이 있다면 어떨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다.
HER도 그렇고 따뜻한 색 블루도 그렇고 정말 '영상미, 색감, 빛'은 끝내준다. 내가 좋아하는 무드이기도 하고.
사랑에 처음 빠질 때의 순간들을 말로 설명하거나 수식어구로 형용할 수 있을까.
마치 무중력 상태에 그와 나만 둥둥 떠있는 것처럼.
아무 소리도, 아무 향기도, 아무 중력도 없다.
나를 붙잡아 주는, 나를 끌어당기는 건 오직 그 사람뿐이고 온 신경이 곤두서면서 그 사람 향기와 말투와 촉감에만 집중하게 된다.
나도 처음 보는 표정과 웃음으로 그를 쳐다보게 되고, 그가 해주는 모든 말들이 흥미롭고 신기하고 재미있고 매력 있고, 웃을 때의 너의 모습, 무언가에 집중하는 너의 모습이 좋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것들을 갖고 있는 그의 모습이 좋고, 탐하고 싶다.
다가가고 싶고, 만지고 싶고, 입 맞추고 싶다.
나로 인해 그가 반응할 때, 모든 감정은 더 증폭된다.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통하는 느낌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둘 만의 언어
1시간이 1초 같고 나와 그가 만들어놓은 이 낯선 느낌은, 설레는 느낌은 아마 사랑일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그만큼 이 영화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섬세한 표현력이 남녀의 사랑이 아니어도, 충분히 감정이입을 하게 해주기 때문에.
하지만, 모든 사랑이 그렇듯.
언제나 둘만을 바라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에게 익숙해지듯 내가 끌렸던 그의 모습은 이제 평범한 것이 되고,
설렘은 편안함이 되고,
새로움과 낯 섬은 거부감이 될 수 있다.
예술가인 엠마와 유치원 교사인 아델.
아델의 날 것 같은 모습과 자유로움은 아델의 예술 영감의 원천이고 뮤즈가 되어주었지만.
자꾸만 괴리감이 들고, 외롭고,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고 다른 집단에 속한 그의 모습이 시간이 지날수록 낯설다. 원래부터 적었던 우리의 교집합이 자꾸만 드러난다.
이별,
엠마의 품에 안겨 있는 것처럼, 푸른 바다에 몸을 맡긴 아델. 다시 처음이 그립다, 그와의 처음.
그때 느꼈던 모든 것들이.
이별을 견디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
애써 밝은 척하고, 척척 내 일을 해나가지만.
잠깐이라도 혼자가 되면, 밤이 되면, 그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손끝에 스치기라도 하면 끝없는 공허함. 바다 저 끝까지 치고 내려가는 깊은 슬픔, 온몸이 땅으로 꺼져가는 느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지만,
나를 바라봐주던 그의 눈빛이,
나를 만져주던 그의 손길이,
네 모든 것들이 이제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
수천만 번의 후회와, 후회. 그의 모든 것들을 오롯이 사랑할 걸, 이기적이었던 내 모습을 질책하고.
그렇지만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해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그때 그 느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에게 가장 강렬했던 기억과, 가장 따뜻했던 순간들을 대체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지금은 그를 잊지도, 이해하지도,
그의 행복을 빌어주지도 못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