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혼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너무 항상 필요하다.
매일 늦게까지 일하고, 종종 주말에도 일하거나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어딘가 꼭 가거나 하면서
실로 여유로운 '여유'를 누리지 못한지가 꽤 되었다.
빼곡히 써 내려가던 다이어리는 한 뭉텅이가 백지가 되었고,
열심히 타닥타닥 써 내려가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소복이 먼지가 쌓여있었다.
내 마음에 촘촘히 쌓여가는 먼지까지 후 불어내기 위해서
오늘은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고 노트와 노트북을 들고 밖을 나왔다.
조용한 카페에 가고 싶었다.
마침 어둑어둑 비도 오고 날씨도 정말 추웠다, 조용히 콕 박혀서 혼자만의 궁상을 떨기에 딱 좋은 날씨.
가을이라고 어딘가를 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무심따윈 가볍게 버릴 수 있었다.
기지개 피듯 다이어리를 쭉 폈다.
깃들지 않은 종이를 꾹꾹 펼쳐 쭉 - 폈다.
막막했다.
막막.
.
.
요즘의 나는, 장벽없는 속살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예민하고 여리고 쉽게 지치고 상처받고.
그 덩덩 거리던 자존감도 낮아진 것 같고,
일하는 즐거움도 크지 않다.
즐겁고 희망찼다가 괴롭고 숨막힌다.
예전보다 꽤 빠른 주기로 희망과 고문의 요요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예민한 체질로 변해버린 것인가.
나는 근데 이런 현상이 괴롭지만 좋다.
무뎌지고 익숙해지는 내가 아닌,
고민하고 변화하고 싶어 하는 내가 좋다.
20대 안에 내가 '나'를 꽤 많이 알게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물론 알면 알수록 바꿔나가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괴롭기도 하다.
.
.
일을 위한 일에 매몰되는 것이 괴롭다.
쓸데 없는 생각 별 잡다한 짓을 좀 많이 하고 싶다.
-
-
-
그나저나 마음의 먼지는 쉽게 훌훌 털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진득진득한 것들을 꽤 많이 흘렸나보다.
비가 그쳐서 짐을 싸서 집으로 향했다.
오늘 이후로 난 더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거 같다.
p.s
이럴때 찾는 동네 카페 중 하나, #보틀팩토리 라는 공간이 있다.
조용한 동네에 위치해 절대 찾아오지 않으면 올 수 없는...
적당히 널찍한 공간에, 따뜻한 조명에, 혼자 와서 조용히 할 일 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곳이라.
정말-로 아끼는 곳. 적당한 무심함이 오히려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