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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키 Oct 03. 2016

구탐일13._주말 아침 밥상

그리고 부모님 

2016/10/3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은 주말 아침에는 꼭 다 같이 밥을 먹었다. 


주말 아침의 늦잠이란 매일매일이 피곤한 고3 때나, 종종 밤을 새운 특수한 날에만 허락된다. 아버지는 나의 26살 평생 동안 거의 항상 언니와 나의 방에 와서 우리를 깨우신다. 꼭 늦잠을 자야만 하는 날에는 전날에 신신당부드린다, 절대. 깨우지 마시오. 깜박하여 아빠의 알람으로 일어나게 된다면 꿀 같은 아침잠은 어찌 되었건 순조롭지 않게 되니까. 


사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고, 아침밥도 챙겨 먹고, 주말 아침이라도 가족끼리는 꼭 밥을 먹으려는 아빠의 생각에 동의하기에, 일종의 가족 약속이니까 되도록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너무 고집스러운 아빠의 행동이 힘들 때가 있다. 


아빠의 아침 알람은 3번 정도 울린다. 

처음은 부드럽게 얼굴을 쓰다듬거나 손을 마사지해주면서, 일어나라고 해주신다. 

두 번은 올라와서 살짝 호통을 치기 시작하신다. 지금이 몇 신 줄 아냐.

세 번은 올라와서 완전 호통을 치신다. 내가 주말에 너네를 몇 번을 깨우냐, 왜 이렇게 게으르냐, 등 등


아빠는 나이가 들수록 더 고집스러워지신다. (나이 먹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몇 번 깨워서 일어나지 않으면 많이 피곤한가 보다 하고 내버려두시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지만, 아빠는 고집스럽게도 우릴 꼭 깨워서 밥상에 앉히신다.  눈곱도 떼지 않고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을 먹고 다시 잠을 자는 경우도 많다. 


한편으론 이해도 간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가족과 함께 있고 대 와 하는 시간이 부족하니 만큼 아빠가 예전부터 지켜온 가족 약속을 계속 지키고 싶으신 거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정성스러운 밥상을 함께 하자고.

곧 결혼해서 떠날 언니 등을 생각하면 아빠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내가 나이를 먹어 가장이 되어도, 자식들이 잘 따라와 주길 바랄 테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가 안 간다.  종종은 융통성 없고 너무 아빠 고집대로라며 불평을 한가득 한다. 


주말 아침 문제만이 아니다. 그냥 이제는 20대 중반을 넘어서니, 우리가 독립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이상 부모님의 토끼 같은 어린 자식이 아니며 사회생활을 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성인으로 자라고, 세대차이라면 세대차이일 것, 부모님의 가치관과는 다른 부분이 참 많다. 그로 인한 충돌로 서로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원래부터 (정신적, 경제적 제외) 독립성향이 강했던 나에게는 부모님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것은 좋지만, 미래나 나의 가치관에 있어서 크게 잔소리하거나 결정지으려고 하는 것은 질색팔색 했다. 내 인생이고 앞으로의 몇십 년은 내가 스스로 살아가야 할 테니까,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 다 너 좋으라고 하는 소리다. 겪어보고서 말해주는 것이다. 나중 되면 부모 말이 다 맞다는 걸 알게 될 거다. 자식 낳아봐라" 


그 말도 맞다. 나도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님 말이 맞는 부분이 있고 내가 틀린 부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부모님도 겪어보고 깨달으셨듯. 나도 겪어보고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참 청개구리 같지만 이게 내가 사는 방식인 것을 어쩌겠는가. 



20대 초반에는 자취하는 친구들이 참 불쌍했다. 엄마 밥 먹고 싶겠다. 부모님 보고 싶겠다. 외롭겠다. 

실제로 그들은 많이 외로워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게 맞는 것 같다. 오히려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친구들이 사이도 더 좋아 보이기도 한다. 자주 보지 못하니까, 서로 더 챙겨주고 서로 더 시간을 갖으려고 하고 서로 더 깊은 대화를 하려고 하고. 우리 집은 좀 들쭉날쭉한 것 같다. 서로 너무 자주 보기에 서로를 잘 알면서도 친구 같지만 그만큼 가볍게 여기기도 하고 특히 자식은 부모를 걱정시키게 하는 것이 많다. 오히려 부모님들은 떨어져 있을 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걱정되지 않아서 조금은 더 편하다고 한다. 눈에 보이면 자식은 걱정 투성인가 보다. 


아마 이제 몇 년 안 남았을 것 같은 부모님과의 생활이 끝나면 나는 주말 아침의 아빠의 잔소리가 그립고 따뜻한 엄마의 밥상이 그립겠지, 배고프면 뚝딱뚝딱 마법 부리듯이 차려지는 엄마의 밥상. 세상 그 어떤 식당보다 따뜻하고 배부른 밥상. 조금 더 대화하며 맞춰가야겠다, 앞으로는. 그것이 유일한 방법. 

나도 부모의 이야기를 

부모도 나의 이야기를

'소통'을 한다는 것, 서로를 인간대 인간으로 완연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부모 된다는 것, 자식 된다는 것, 산다는 것은 참 어려우면서도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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