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낸 하동 여행기
어쩌다보니 친구에게 바람 맞아 2박 3일 동안 혼자 하동 여행을 다녀 왔는데요,
글쎄 혼자 가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충분히 여유를 한모금 두모금 세모금 벌컥 벌컥 마시고 왔습니다아.
혼자 여행을 가면 늘 필름 카메라를 가져가는데요,
제 눈에 아름답고 영감으로 가득찬 순간들을 담습니다.
특히나 어떤 순간에 빛나는 것들,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한 일상적인 순간을 담는 것이 좋더라고요.
여행의 순간들을 소개해볼게요.
#찔레꽃언덕_에피소드
<찔레꽃 언덕> 이라는 제가 2박 3일동안 편히 묵었던 숙소입니다.
역시 어쩌다보니 여자 혼자서 4인실을 넓게 썼는데, 완전 한옥집입니다.
첫날 저녁에 괜히 마음이 술렁술렁 해서 일기를 썼습니다.
"조용한 산자락의 황토 민박을 예약하고,
친구와 함께 2박3일 조용히 쉬어가려고 계획했었으나,
친구의 사정으로 혼자 여행을 오게 되었다.
금요일에 휴가를 썼지만,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아침 일찍 출발하지 못했다
오후 4시쯤 출발을 하니 8시가 다되어 이곳에 도착했고,
바로 숙소로 들어왔다.
할머니 집에 온것 같은 편안함.
그런데 독채 황토집에, 사방이 창문으로 되어있어서 그런지
외풍도 심하고 보일러를 40도까지 올려도 손이 시려울 정도로 춥다.
화장실은 더더추웠다. 살짝 뜨거운 물을 틀어보니, 뜨거운물은 다행히 잘 나왔다.
그래서 몸을 녹일겸 바로 샤워를 했는데 뜨거운 물도 5분이 지나자
잘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차가운 화장실에서 갑자기 찬물이 나오면 그 괴로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덜덜덜 떨며 빠르게 샤워를 마쳤다.
옷을 껴입고, 마루에 꽁꽁 덮고있을 이불을 3겹을 깔았다.
기댈곳이 딱 하나 있었다. 전기포트, 뜨거운 녹차.
녹차가 유명한 동네인 만큼, 방 안에 다도할 수 있는 찻잔이 많이있었다.
오랜만에
부족함, 결핍으로 부터 오는 감정을 느낀다.
따뜻한 보일러에, 전기장판에, 깨끗했던 집에서 매일 흐리흐리한 감정으로
내 공간에서 쉬고 있었는데.
지금 이곳, 이순간에서는 정신이 바짝든다. 드는 생각은 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 뿐.
기댈 곳이 뜨거운 차 밖에 없는 것도, 몸이 너무 추워도 썩 마음에 든다.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시니, 속 안이 따-뜻해짐이 투명하리만큼 잘 느껴진다.
몸이 식을때쯤 다시 차를 데워 차를 마시고 마시고.
이렇게도 소중할 수 있나.
여행까지 와서 이렇게 덜덜 떨어야 하나 생각도 잠시 했지만,
여행이기에 집이 아니기에 또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감정이 단순해진다. 본능에 충실해지고, 원하는 것이 단순해진다.
불편함 속에, 결핍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찬 바람이든 무엇이든, 새로운 무엇에 환기가 필요한 시기가 또 오고있다.
이렇게 덜덜 떨어본건 1월에 첫 캠핑을 해봤을때, 밤에 야외에 안자 장작불을 쐬던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제대로 겨울여행 시작."
그래도 아침이 되니, 창문 밖으로 지리산 자락과 따듯한 햇살이
밤사이 언 마음을 녹여주었습니다ㅎㅎ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얼어 죽을뻔 했다고 아주머니께 징징거렸는데
민망하게도 제가 보일러 설정을 잘못했더라구요....
충분히 따뜻하고 아늑하게 겨울에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하하.
숙소 소개는 정말 말로는 어렵네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서.
숙소 주인 내외분도 너무나 친절하셔서, 차없는 저 픽업도 계속 해주시고
먹을것도 챙겨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런 뷰를 누릴 수 있음에 정말 감사했던 순간들.
숙소 근처만 산책해도, 충분히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을 녹차밭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숙소 자랑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어요
너무 유명해지면....사람이 많아지니까 후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