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키의 로그人- 6.어둠 속 산책이 주는 매력

by 가키


어떤 가면도 쓰고 싶지 않을때 어둠속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집 근처 동네 주민들만 알고 있는 산책로가 있다.

사실 산책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여름에는 벌레도 없고 나무도 많고 산책하기에 쾌적하다. 작은 숲속길과 같다. 울창한 나무가 쭉 이어져 있고 짧은 숲길을 계속 돌면서 운동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산책길에는 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다. 불빛 하나 없이 아주 아주 캄캄하다. 그래서 여름에 사람들이 벌레가많지 않은 이곳으로 운동을 오기도 한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부딪치지 않게 꽤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주의하면서 걷거나 뛰어야 한다.
손전등이나 핸드폰 불빛 등으로 길을 비추는 사람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아무런 불빛 없이도 이 길을 잘 산책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모든 감각이 곤두서 있기 때문에 둔한 물체인 사람 정도는 쉽게 인식하고 피할 수 있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운동할때는 오로지 내 근육의 움직임과 나의 말초신경에만 신경을 곤두 세울 수 있다. 스트레스가 쉽게 풀리고 잡생각이 없어지기도 하면서 엄청 잔챙이 같은 잡생각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헬스장이나 한강 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운동할때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인식할 수 밖에 없다, 별로 신경 안쓰려고 해도 아주 조금이라도 신경이 안쓰일 수는 없다.



내가 하루의 마무리로 이 칠흙같이 어두운 이 산책로를 걷는 이유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아도 괜찮아서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가벼운 차림으로 양 손이 모두 텅빈채 두 다리에만 힘을 모은채 아무런 작은 가식도 없이 걸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것,
아는 사람은 이 시간을 절대 놓칠 수 없을것이다.

내가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