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들의 인터뷰_셒터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by 하원

글 쓰기를 오랜 기간 쉬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3달 가까이 글을 안 써보긴 처음이다. (나는 매주 1회 이상은 글을 발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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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의 작가 김키미 님께서 겪으셨던 글 입스를 겪었던 것 같기도 하고, 삶에 입스를 겪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입스 : 부상 및 샷 실패에 대한 불안감, 주위 시선에 대한 지나친 의식 등이 원인이 되어 손 · 손목 근육의 가벼운 경련, 발한 등의 신체적인 문제가 일어나는 것.
특정 근육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직군의 사람들에게도 발생한다.

나의 경우, 반복적인 이야기와 패턴, 형식을 지켜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맺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쓰면 쓸수록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오마이갓. 그 자체였다. 매주 1회 씩 글을 발행하려고 글감을 찾았다. 글감 자체는 새로웠다. 그러나 쓰다보면 '하, 또 저번주랑 똑같은 결말, 똑같은 레퍼토리다. 자기 복제도 한두번이지. 쓸 수록 스스로 느꼈다. 아, 이건 습관이다. 습관적으로 같은 말을 뱉어내고 있다. 이건 아니다!'를 깨닫곤 했다.

그래서 찾아왔었다. 글 입스(Yips)!

나는 새로운 글을 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턴의 글을 말이다. 그런 주제와 그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한 회에 끝이 나는 중구난방의 글 말고, 브런치북으로 묶었을 때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나는 주로 1회성 기획으로 글을 발행했었다.)


여러 편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기획을 찾아다녔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는 것은 아니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웹툰을 보고,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하고 업로드했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어차피 글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도 쉽사리 브런치에 발행할 기획은 생각나지 않았다. 계속 해서 글쓰기가 미뤄졌다.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몇 개월 사이에 나는 자신감을 많이 잃고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요가 찾아 왔고, 취향을 잃어 갔고, 무기력해지고 공허해져 갔다.


그 사이에 '체념'이라는 감정이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나답지 않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나다운 것 같기도 했다. (사람은 언제나 이중성을 가진 존재이므로 어쩌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평소보다 좀 더 그 생각이 잦을 뿐.)


그러다 어젯밤 <결혼 이야기>를 보았다. <결혼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아이유 님께서 추천했던 영화이기도 하고, 많은 배우들이 넷플릭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꼽은 명작이기도 하다. 남녀가 이혼하기까지의 과정과 이혼 후에도 아이 때문에 관계가 단절되지 못하고 계속 만나게 되는 걸 그린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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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는 여주인공 니콜과 그녀의 변호사인 노라가 대화하는 장면과 니콜과 그의 남편 찰리가 대화하는 장면인데,

니콜이 집 안에 그 어떤 것도 자기 취향인 것이 없었고, 찰리는 자기한테 물어보는 법이 없었다면서, 자기 취향도 모르겠을 지경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죽어있던 것이 아니라 잠들어 있었던 것일 뿐이고, 자신의 생기를 남편인 찰리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곳에서 살아보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퍼뜩 깨달았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이 모습이 내가 꿈꿔 왔던 내 모습은 아니며, 이렇게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새벽 2시에 노트북을 켜고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지 미친듯이 쏟아 냈다.

나는 글을 쓰고 싶었다. 글 쓰는 게 여전히 좋았다.

좋아서 두려웠다. 잘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떠올려 보니, 새로운 형식이 떠올랐다.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잘 쓸 수 있는 방식.


나는 남의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소질이 없었다. 온갖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상상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를 뒷받침 해줄 만큼의 필력은 없다. (그래서 에세이 위주의 글을 쓴다.)


나를 인터뷰 해보자! = 셀프 인터뷰


그래서 나를 기반으로 한 형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김키미님께서 '인터뷰라는 핑계' 브런치북을 발행하셨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주변 지인분들을 인터뷰하는 콘셉트였다고 한다. 나는 그래서 나를 인터뷰 한다는 핑계로 글을 엮어서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뭔가 부족했다. 좀 더 신선하면서도, 사람들이 최근에 관심을 가질 만한 게 뭐 없을까? 생각해 봤다.

최근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이 생각이 났다.


유미의 세포들은 사람들 몸에 있는 세포들이 마을을 이루어서 서로 아웅다웅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할 때 세포들이 움직인다는 설정을 가진 웹툰 원작 드라마이다.


이거다 싶었다!


내 안의 세포들과 인터뷰를 나누는 기획!

그동안 체념하고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면서 모른 척 했던 내 안의 세포들과 대화를 나눠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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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내가 누구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 말이다!


앞으로 내 안의 많은 세포들과 인터뷰를 해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나를 좀 더 많이 알게 됐으면 하는 기대와 바람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앞으로, 내가 나의 세포들과 대화할 때, 당신의 세포들과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세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가 꿈꾸던 우리의 모습에 좀 더 가까이 나아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번 세포들의 인터뷰, 셒터뷰 여정에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의 세포나라에도 셒터뷰가 출출이 세포만큼이나 큰 존재이기를 바라며.
셒터뷰 1호에서 당신을 다시 만나길 바란다.

- by 스스로를 더 잘 알고 싶은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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