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었던 나날들
언젠가는 나의 가장 내면 깊숙이 숨겨 뒀던 이야기를 꺼내서 써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젠 때가 되었단 느낌이 온다.
나는 어쩌다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안정적이고, 긍정적이고, 단단한 사람으로
굳건히 나의 하루를 빼곡히 눌러 쓰면서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었지?
지금의 나는 정말 내가 평생을 꿈꿔왔던 그 이상향의 사람이 아닌가?!
그게 가능하다니?!
최근 갑자기 스스로가 성장했음을 순간순간 경험하면서,
소름 돋게 놀라는 순간이 매일 반복되었다.
그래서 내가 겪었던 것처럼,
우울 때문에 생사와 다투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디 생을 택하는 어떤 의미가 되길 바라며,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는,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고갱이 :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쓰고 찍고, 편집하고, 내보내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그 이유를.
죽어야겠다. 언제 죽지?
나의 하루는,
아 아직도 안죽었네. 아, 아침에 눈을 뜨다니.
눈 감기 전에 그렇게 내일 아침엔 눈을 뜨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건만.
끔찍하다.
란 생각으로 시작되곤 했다.
죽어야 하는데. 대체 언제 죽나.
나는 왜 죽을 용기조차 없어서 이렇게 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거지?
나는 내가 너무 역겨워.
죽고 싶다면서 이렇게 먹을 걸 찾아 먹는 게.
죽고 싶은데 숙제는 왜 하고 있는 것이며,
매일 뛰어 내릴 생각을 하면서도
남의 눈엔 착하고 좋은 아이로 보이려고 애쓰는 게.
그 모든 게 역겹고,
이 삶이 빨리 끝나 버렸음 좋겠어.
다신 시작 되지 않게.
누가 날 차라리 차로 치던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던지
이 삶을 제발 끝내 줬으면 좋겠어.
라며,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죽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은 있었지만, 좋을 게 없었다.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날 떠나고,
아니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거나,
내 꺼가 되면 빼앗기곤 했으니까.
애초에 기대를 버리려고 했다.
그게 잘 안되어서 매번 마음이 짓이겨
갈리곤 했다.
누구와 함께 있어도,
나는 완벽한 혼자라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것 같았다.
나조차도.
내가 꾸며 낸 나와 나를 좀먹고 있는 나, 그 사이에 그냥 나 자체로 있는 나.
그 누가 진짜 내 모습인 건지 헷갈려서 돌아 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반 미친 사람 같기도 했다.
이런 미친 기분을 아무도 모르게 심장 저 구석에 처박아 두고,
자물쇠로 칭칭 감아 두었었다.
매일 쿵쿵 뛰면서 날 들쑤셔서
그 통증 때문에
명치와 가슴 그 어디쯤을 잡고 숨 못 쉬고
입을 틀어 막고 소리 없이 방 구석에서
울고 또 울었다.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말아 올릴 수 있을 때까지.
태어나서 숨을 쉬고 있다는 게 너무나 큰 죄악 같이 느껴졌다.
모든 불행을 이 어린 나이에 다 때려 맞다니.
나는 존재하는 게 죄악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불우하지 않은 것 그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기가 그 당시에는 너무 힘겨웠다.
내 그릇이 너무 박살 나 버려서 생각하는 회로가 궁극에는 "죽음"으로 이르렀다.
마치 그래야만 이 빌어 먹어도 끝나지 않는 인생이라는 세계가 막을 내릴 것처럼.
매일 나를 죽이려는 나와 나를 살리려는 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매일 매 순간 나는 나를 몇 백 번이고 죽였고, 살렸다.
나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날 다른 장소에서 매일 같은 두 가지 소원을 빌었다.
제발 이젠 죽어.
제발 내가 나를 죽이지 않게 해줘. 제발.
스스로도 대체 어느 쪽이 진짜 속마음인 건지 알 수가 없어 마음 속으로 나를 죽였다 살렸다를 하루 종일 반복했다. 아무도 모르는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혼자만 아는 이 내면의 전쟁이 일상의 전부였다.
끝, 그게 없었다.
내 인생이 언제 끝날지, 아니면 이 불 하나 없는 터널이 언제 끝나는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자주 숨이 막혀 왔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내가 살아 있게 된 것인지.
누군가는 또 복에 겨워서 그런다 하겠지. 그래. 그럴 지도 모르겠어.
근데 나는 정말 모르겠어.
내가 이렇게 불행하다 느끼는 게 정말 모두 나의 잘못인 건지.
그런 기분이 드는 것 조차 "자격"이 없는 존재인 건지.
없어지고 싶어하는 마음 조차 가져선 안되는 건지.
그런 생각을 쉴 새 없이 했다.
우울은 꼭 가오나시 같아서, 자꾸만 몸집을 키워 나갔다.
자꾸만 대가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