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기까지

갑자기 헤어지자 말하는 사람의 심리

by 하원

BGM : 라일락 - 아이유





오랫동안 어떻게든 이어가고 싶었고, 내가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독 많이 좋아하고 특별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와는 내 인생의 절반을 가깝게 지냈다.




처음부터 친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그냥 아는 사이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친해졌다.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고 연락하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별나고 해괴하게 굴어도 그런 나를 재밌게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고 웃으며 받아 주었다.


분위기가 확 바뀌어 차분하고 진지해져서, 다른 사람들은 다 당황하고 허둥지둥할 때, 혼자만 '얘가 많이 힘들었구나. 원래 이런 면이 있긴 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줬다.


같이 있으면 나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편안했다.




그는 공감을 잘해주고, 내 말을 경청해 주었다.


약간 엉뚱한 면도 있지만 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성격이었다.


사람을 품어주는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분명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테고, 본인도 좋은 사람일 거다.


나한테 더 이상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아닐 뿐, 내게 좋은 사람이었던 것도 변함없다.




다만 나는 더 이상 던지는 쪽이고 싶지 않았다.


던지거나 기다리는 사람의 포지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먼저 연락하고, 연락하지 않으면 되돌아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허탈함을 느끼는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쨌든 만나주는 사람'으로 더 이상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소중하고, 더 헌신하는 습성이 서운함을 만들고, 더 제멋대로 날뛰게 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 쓰는 마음이 점점 더 가난하고 각박해졌다.




멈칫거리던 마음과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카톡에서도 없애버렸다.


관성적으로 연락하던 습관을 버렸다.




요만치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


별로 궁금하지 않아 졌다.




인생의 한편에 그가 있었다는 걸 잊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믿는다. 분명히 그러면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이제 그가 없는 삶도 충분히 살아갈 만하다는 걸 안다.


이제는 언제 누구를 만나도, 때가 되면 이별을 고할 수 있고, 관계를 놓아버릴 수 있다.


아무리 오래된 관계라도 언제든 안녕을 고할 수 있다.




나한테 이별 카드가 있다는 걸 안 이상, 이전과는 다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든 면이 다르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도망칠 곳을 만들지 않고, 내 마음을 마주 보기로 한 것.




어쩌면 상처를 줄지도 모르지만, 그 만한 각오로.


나를 버리고 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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