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에피소드> D-25
남은 휴가 15일을 빼면 여기 있을 날도 이제 10일이 채 안 남았다. 며칠 남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기쁨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그저 아직도 군인이란 현실이 참 징글징글할 뿐이다.
내 보직은 일과 동안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그래서 평소 아는 얼굴들이 꽤 많다. 낯익은 간부들 중 열에 아홉은 내게 전역한 거 아니었냐고 묻는데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미치겠다.
말년이 됐지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생각보다 피로하진 않고 예전과 똑같다. 다만 여전히 단체생활 속 인간관계가 스트레스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같이 살다 보면 서로 감출 게 없고 그래서 더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그러진 않겠지만 입대 후 현재까지 내가 느끼는 바론 자기 이익은 포기할 줄 모른 채 남에게 배려만 요구하는 게 군대다.
사소한 마찰에서 오는 짜증이 요즘 번번하여 그럴 때마다 다가올 자유에 대한 설렘의 감정이 더욱 커져만 간다. 한편으론 죽도록 싫었든 어쨌든 간에 군대란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 17개월간 난 하기 싫고 싫어하는 일에 나름 노력은 다했다. 전역 이후엔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을 투자한다면 결코 실패하진 않겠다는 용기가 든다.
매일 밤 자려고 누우면 전역 전날의 기분을 상상해 보곤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뻐 미쳐 날뛰진 않을 것 같고 그냥 안도의 한숨만 어려번 내쉴듯하다. <군생활 에피소드>의 대미를 장식할 다음 글은 D-1 또는 D-DAY 날 내 감정이 고스란히 적혀 올라올 듯싶고 난 그럼 말출 전까지 어떻게든 잘 버텨보려 이만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