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amatsu, Japan
어릴 적 적어도 2주에 한번은 목욕탕에 가곤 했다. 기억 속 동네 목욕탕은 재개발로 사라지고 이젠 지도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입욕탕이 두 개뿐인 자그마한 공간이었지만 거기엔 빛바랜 타일과 김 서린 거울이 있었다. 그 시절의 정겨운 온기가 어느새 마음 한편 깊숙이 남아있는 듯하다.
다카마쓰 여행 1일차, 그 옛 기억을 따라 한적한 골목의 센토(일본 대중목욕탕)를 찾았다. 꾸밈없는 일본 소도시의 풍경 속 고요한 밤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사람들, 간혹 휙 지나가는 승용차 소리만이 정적을 깼다. 마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듯한 풍경을 지나 이 앞에 도착했다.
신발을 벗어 작은 나무 신발장에 넣고 낡은 쇼치쿠조(松竹錠)를 뽑아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당황도 잠시, 곧 연로한 주인장이 나타나 그의 눈빛에 담긴 세월을 잠시 바라봤다.
입장료는 400엔이었고 수건은 부탁하자 건네주셨다. 다른 어메니티는 비누 한 조각이 전부. 샤워기 온도를 맞추려면 따로 달린 찬물과 뜨거운 물 밸브를 조심스레 돌려야 했다. 세신 의자는 마치 유치원 아이들 키에 맞춰진 크기였지만 그 모든 것이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탕 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물방울 소리만이 주위를 감쌌다. 혼자만의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느낌을 받았다. 홀로 혹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웃고 울며 하루를 마무리했을 사람들을 떠올렸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다카마쓰에 이 작은 센토에서 왜일까 문득 감정이 복받쳤다.
일본인의 일상과 애환이 깊이 스며든 센토는 단지 몸을 씻는 곳이 아니라 하루의 피로와 마음을 정리하던 작은 쉼표 같은 장소라 한다. 하지만 센토 역시 내 기억 속 그 목욕탕처럼 시대의 흐름 속 점점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단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센토는 여전히 마음을 씻고 가는 곳이다. 그 기억과 온기가 한 사람의 삶을 다시 데워주는 소박한 기적 곳. 여기도 그중 하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