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g Kong
한때 홍콩은 네온사인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도시였지만 몇 년 전 여러 가지 환경적 이유로 많은 네온사인이 철거되었다. 그럼에도 야우마테이 일대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히며 홍콩만의 아름다운 야경을 엿볼 수 있다.
귀국을 하루 앞둔 홍콩 여행 2일차,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포기하고 빛의 잔향 속을 서성였다. 동선은 야우마테이역에서 출발해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까지. 골목마다 오래된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상점마다 특유의 소리와 냄새가 어우러져 사진으로 접한 20세기 홍콩의 향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중 Wo Hing Victory Mahjong Gaming은 직접 찾아간 보람이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카지노처첨 보이지만 실은 건전한 전통 마작 게임 센터로 15 칸수 스트리트 끝자락에 자리한다.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간판에는 붉은 글씨와 다채로운 색상의 네온이 배치돼 빛이 흐르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낸다.
단순한 간판을 넘어 과장을 좀 하자면 개인적으로 홍콩 네온 문화와 도시의 활기를 상징하는 예술 작품이라 본다.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화려함에 압도되었고 나처럼 일부러 찾아온 사람뿐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아래로 쭉 걷다 보니 곧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에 닿았다. 홍콩을 대표하는 야시장으로 과거 작은 사원이 있던 거리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기념품으로 삼기 좋은 상품들이 가득 늘어서 있어 사람들의 눈길이 자연스레 머무는 활기찬 공간이다.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에서 한켠을 빠져나오다 우연히 한 오락실 앞에 섰다. 보랏빛이 뒤섞인 네온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거리까지 번져 사이버펑크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으로 다가왔다.
홍콩은 뭐랄까 그리움이 겹겹이 쌓인 화양연화의 도시라 정의하고 싶다. 골목 깊숙이 번지는 붉은 빛과 거리의 모든 감각이 이를 대변한다. 일각에선 점점 색을 잃어간다지만 나를 맞아준 홍콩스러운 풍경에 마음이 놓였고 그 여운은 이번에 더 깊게 남아 이 도시를 쉽게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