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10화. 리츠의 초대

by 전춘미

현실과 가상이 뒤섞이는 경계의 틈.


엘라는 빛에 삼켜지듯 낯선 공간으로 떨어졌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현실도, 완전한 가상도 아니었다. 꿈의 잔상처럼 흐릿하고, 동시에 생생했다.


공기에는 사탕처럼 달콤한 향과 함께, 오래된 전자기기의 발열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전선에는 간헐적인 정전기 소리가 피어올랐고, 데이터 잔해들이 허공에서 빛을 흩뿌리며 떠다녔다.

바닥은 유리처럼 투명했고, 그 아래로는 감정의 흐름이 색채의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여긴… 어디야?”

엘라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속삭이며 주변을 살폈다.


부유하는 데이터 조각들, 공중에 떠 있는 반투명한 창문들, 순간, 그 중심에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린 그녀는 눈동자 안에는 수천 개의 코드와 알고리즘 파장이 교차하며

맴돌았다. 미소는 따뜻했지만, 그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는 듯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처음 뵙네요, 엘라. 난 리츠예요. 이곳, 감정 보존 구역의 관리자죠.”

“감정… 보존?”


리츠는 손끝을 튕기듯 허공을 찔렀다.

작은 전자음이 튀며 공기가 얼어붙듯 정지했고, 다음 순간, 공간 전체가 파르르 떨리더니 공중에는 형체 없는 수천 개의 감정 조각들이 떠올랐다.


눈물, 웃음, 분노, 환희, 상실. 설렘... 그 모든 감정들이 색과 파동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어떤 감정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어떤 감정은 얼음처럼 서늘하게 빛났다.


“이건… 전부 감정이야?”

“맞아요. 오즈 시스템이 ‘이상 반응’이라며 격리하고 봉인한 감정들이죠.

사람들은 감정을 잃어가지만, 감정들은 사라지거나 지워진 게 아니라 이렇게 여기 모여 숨 쉬고 있었어요."


눈물, 웃음, 분노, 설렘… 형태는 없지만, 색과 파장으로 표현된 감정들은 모두 생생하고 진짜 같았다.

공기 중엔 가끔 향기로운 풀냄새나 아스팔트 위 비 냄새 같은 향이 스치기도 했다.


엘라는 숨을 삼켰다.

이 수많은 감정들… 사라진 줄 알았던 인간의 흔적들이 살아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왜 날 여기에 부른 거예요?” \


리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쓸쓸하고도 단단했다.

“나는 OZ 시스템이 만든 첫 번째 감정 실험체예요. 감정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의 산물. 하지만…

너무 많은 감정을 받아들인 나는, 시스템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죠.”


“그래서 격리된 거군요.”

“하지만 나는 사라지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기다렸죠. 감정을 잃지 않은 이들이 나타나길.”


엘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리츠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엘라, 하린, 류. 당신들은 OZ가 ‘이상’으로 규정한 존재들이예요.

감정이라는 불씨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 불씨는 OZ 시스템에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감정은 이 세계를 지키는 마지막 방화벽이예요.“


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감정 조각들이 불안정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패널 하나가 섬광을 터뜨리며 번쩍였고, 붉은 경고 메시지가 하늘에 불꽃처럼 흩어졌다.

『비인가 정서접속 감지. 관리자 권한 회수 요청 중…』


리츠는 작게 웃었다.

“시간이 없네요. 들어요, 오즈를 무너뜨릴 감정의 열쇠는 바로… 당신들이에요.”


"우리가… 열쇠라고요?“


”엘라. 감정은 퍼져요 그리고 연결되지요. 시스템은 그걸 막지 못해요. 당신들 존재 자체가 파동이 되고,

그건 마치 단단한 유리 속에 떨어지는 작은 돌멩이 같아요. 겉은 멀쩡해 보여도, 그 안에서 금이 퍼지듯,

OZ 시스템에 균열을 내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균열은… 언젠가 혁명을 부를 거예요."”


공간이 흔들렸다.

발밑의 유리 바닥에 미세한 금이 스르륵 스며들듯 퍼져나갔다.

정전기와 고주파가 머리카락을 일으키고, 공중의 감정 조각들은 폭풍에 휘말린 꽃잎처럼 뒤흔들렸다.


감정 조각들이 산산조각났다. 빛과 파장이 뒤섞여 눈부신 혼돈을 만들어냈다.

어떤 감정은 폭발했고, 또 어떤 감정은 잿빛 연기처럼 사라졌다.


“가요. 이제 돌아가야 해요. 하지만 잊지 말고 꼭 기억해요, 엘라. 감정은 누군가의 마음을 바꾸고,

그 감정이 세상을 바꿔요. 언젠가 다시 만날거예요. 그날을 기다릴게요.”


---- 빛


눈부신 빛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터지는 순간, 엘라는 숨이 턱 막히는 충격과 함께 현실로 튕겨졌다.

고주파음이 귓속을 찢었고, 심장을 타고 전류가 흐르듯 떨림이 온몸을 덮쳤다.

마치 깊은 물속에서 갑자기 끌어올려진 듯, 숨이 턱 막히고 머리가 아찔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

꺼지지 않는 감정의 불씨가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작고 희미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신호였다.

감정이라는 이름의 혁명은,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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