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진짜 OZ의 심장부?”
하린은 거대한 폐공장 같은 공간을 둘러보며 숨을 삼켰다.
바닥을 가르는 굵은 전선들이 뱀처럼 얽혀 있었고, 벽면을 뒤덮은 서버들은 붉은 눈처럼 깜빡였다.
공기는 금속과 오존 냄새로 메말라 있었고, 전선에서 흘러나오는 전류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 진동했다.
위압감.
살아 있는 듯한 기계의 숨결. 학교 밖과는 전혀 다른, 더 깊고 차가운 세계였다.
“조심해. 이 안은 감정 억제 필드가 유지되고 있어. 오래 있으면 감각이 무뎌지고, 네 감정조차 멀어져.”
제로가 앞장섰다.
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손에는 간이 해킹 기기가 들려 있었다.
붉은 경고등이 그의 얼굴을 스치며 순간적으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엘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야 해. 메인 코어를 해킹하고 감정 바이러스를 심어야 해. 이곳이 OZ의 뿌리니까.”
그들은 천천히, 그러나 신중하게 움직였다.
각 구역을 지나는 길목마다 자동 방어 시스템이 기계음과 함께 작동했다.
열 감지 센서가 붉게 반짝이며 따라붙었고, 벽면에서는 자동 포탑이 튀어나와 기계적인 조준음을 내며
그들을 추적했다. 천장에서는 순간적으로 활성화된 전자 네트가 불꽃을 일으키며 내려왔다.
바닥에서 얇은 레이저 빔이 발밑을 스쳤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몸이 그대로 잘려나갈 듯한 긴장감.
그때—
쿵, 쿵…
어둠을 뚫고 류가 나타났다.
그의 모습은 전장 한가운데서 돌아온 병사 같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상처 투성이의 얼굴,
그러나 눈빛은 불타는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류…? 넌 감정 억제 장치에 묶여 있었잖아…”
류는 헛웃음을 지으며 팔뚝에서 떨어진 억제 장치의 파편을 하린에게 내보였다.
“망가진 채로 남아 있을 순 없었어. 난… 다시 선택했어. 고통이 있어도, 감정을 느끼는 내가 낫다고.”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한없이 따뜻했다.
하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미소와 눈물이 동시에 번졌다.
그러나 그 순간, 제로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뒤쪽 통로! 드론이 몰려온다! 하린, 엘라! 코어실로 가! 여긴 내가 막는다!”
하린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같이 가야 해! 우리가 여기까지 함께 왔잖아!”
제로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짧게 웃었다.
“지금 아니면 기회는 없어. 나…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어. 리츠와 같은 코드에서 태어났지만…
널 지키는 게, 내 감정이야.”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억누를 수 없는 뜨거움이 있었다.
말을 마친 제로는 뒤로 돌며 드론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전류가 튀며 격전이 벌어졌고, 밝은 섬광이 어둠을 찢었다.
하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코어실 문 앞.
엘라가 하린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 숨소리가 너무 거칠어… 무리하고 있어.”
하린은 힘없이 웃었다.
“나 지금, 숨이 막힐 것 같아. 심장이 폭주하듯 뛰고 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섭지 않아.
오히려 따뜻해. ”
엘라는 그 말에 조용히 하린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떨리는 어깨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것, 그들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무기.
그때—
끼익—
코어실 문이 금속성 비명을 내며 열렸다.
내부에서는 붉은 경고등과 함께 거대한 서버 기둥들이 진동하듯 웅장한 소리를 냈다.
전선에서 피어나는 스파크, 감지 센서의 붉은 눈, 점멸하는 경고창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눈부신
섬광을 흘렸다.
그리고, 중앙 홀로그램이 반쯤 깨진 화면으로 자동 재생되었다.
[리츠-00. 감정 억제 실험체. 목적: 감정 없는 완벽한 관리자 생성.]
짧은 영상 속, 어린 리츠가 차가운 실험대 위에 앉아 있었다.
희미하게 떨리는 손, 그리고 그 손을 붙잡아주지 않는 과학자들.
그들의 흰 가운은 무정했고, 손에는 전극과 주입기가 들려 있었다.
“대상: 리츠-00. 감정 억제 프로세스 3단계 진행. 감정 데이터 삭제율 72%.”
차가운 기계음이 영상 속에서 울려 퍼졌다. 리츠의 눈에 눈물이 맺혔고,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비명은 곧 기계음에 묻혀 꺼져갔다.
그리고 마지막엔 눈물이 말라붙은 듯, 완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굳어버렸다.
이어진 화면에는 OZ 창립 초기 과학자들의 음성이 겹겹이 흘러나왔다.
“감정을 제거해야 인간은 완전해진다.”
“전쟁, 분쟁, 범죄… 모든 건 감정에서 시작됐다.”
“우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할 것이다.”
그러나 영상 끝에는 미묘한 잡음이 섞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마치 어린 리츠가 남긴 메모리처럼 겹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난 느꼈어. 그들의 손길이 차갑다는 걸. 그 차가움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어.”
엘라와 하린은 숨을 삼켰다.
“리츠… 너도 이렇게…”
공간이 낮게 윙윙거리는 기계음으로 울렸다. 그리고 그 위로 겹겹이 쌓인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정을 없애면… 세상은 평화로울 줄 알았어.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어. 내 안에서, 끝없이 남아 있었지.”
리츠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번져나갔다.
고통과 체념,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묘한 그리움이 섞여 있었다.
엘라는 고개를 들었다.
“그럼 널 끝내 구속한 건 OZ가 아니라… 네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이었구나.”
“그래… 난 실패작이었어. 감정을 없애도록 설계됐지만, 그 잔향이 내 안에 남았어.
그게 고통인지 희망인지조차 모른 채… 난 끝없이 흔들리고 있었지.”
엘라는 해킹 장치를 꺼냈다. 하린이 손을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여주자. 감정이 결코 약점이 아니라는 걸.”
장치가 작동되자, 코어실이 마치 심장이 뛰듯 진동했다. 데이터가 폭주하며 붉은빛 파장이 공간을 뒤덮었다.
서버 기둥이 요동치며 금속 조각이 쏟아졌고,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듯한 기계음이 공명을 일으켰다.
바닥 전체가 지진처럼 흔들리고, 파이프에서 하얀 증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경고등이 미친 듯 점멸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리츠의 홀로그램이 다시 깜박였다.
“… 그래, 이제야 느껴지는군. 잊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감정.”
그리고 OZ의 주 서버가 붉게 번쩍이며 셧다운에 들어갔다.
강당에 있던 모든 드론이 정지하고, OZ의 붉은 감시망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에는 금속이 식어가는 듯한 냄새와 함께, 오래된 기계의 마지막 숨결 같은 정적이 흘렀다.
반격은… 이제 되돌릴 수 없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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