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또 멍하니 창밖 보는 거야?"
툭—
류가 책상에 팔꿈치를 얹으며 몸을 기울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장난기 반, 걱정 반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엘라는 대답 대신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풀어내듯 떼었다.
회색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섰다. 똑같은 높이, 똑같은 창문, 똑같은 간판.
가끔식 바람이 불어도 현수막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숨조차 허락되지 않는 도시처럼
"다 똑같지 않아?"
"뭐가?"
"모든 게 너무 똑같아. 건물도, 시간표도, 사람들 표정까지도. 마치 하나의 복제품 같아."
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그래서 좋은 거 아니야? 변화도 없고, 실수도 없고. OZ가 다 계획해준 거잖아. 완벽한 도시, 보통의 삶."
"그게... 무섭게 느껴질 땐 없어?"
엘라는 창밖을 계속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그 감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분명히 ‘무언가’였다.
미세하게 떨리는 숨결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온 파문처럼, 오랜 시간 억눌려 있던 감정의 조각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 증거였다.
류는 그녀의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 채 시선을 돌렸다.
‘요즘 엘라, 뭔가 달라졌어.’
쉬는 시간 종이 울리고, 학생들은 정확히 정해진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도 뛰지 않았고, 모두 무표정하게 책상 위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정적 속에서 엘라는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뒤편 자리에 앉은 한 소년. 그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눈물?'
엘라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위이잉—
교실 구석의 감정 센서가 빨간 불빛을 켜며 회전했다.
소년은 고개를 숙였고,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류가 속삭이듯 말했다. "봤지? 지금 감정 센서 반응했어."
엘라는 자신의 가슴을 조였다.
‘감정의 발현— 금기된 움직임. 만약 내 심박이 일정 이상 치솟는다면.....센서가 나를 감지할 수도 있다.’
다음 교시, 새로운 전학생이 소개되었다.
"안녕, 하린이야. 잘 부탁해."
또렷한 이목구비와 침착한 목소리. 교실은 순간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다.
누군가, 체계를 흔드는 낮선 파문이 교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모두가 무감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때, 엘라는 그녀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 눈빛은 단순히 차분하거나 예의 바른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듯한, 혹은 억누르고 있는 감정의 흔적이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무너지는 감정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눈…’
하린이 자리에 앉자, 엘라의 시선은 계속 그녀를 따라갔다.
완벽하게 정돈된 도시, 그러나 정적 속에 무언가가 조금씩 뒤틀리고 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감정은 사라진 듯 잊혀진 전설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변화의 예고는 교실 안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