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3화. 폐기구역의 비밀

by 전춘미

야간 모드로 전환된 도시.


차가운 바람이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며 쇳내를 흩뿌렸다.

건물 벽에 반사된 인공 조명은 유령처럼 깜박이는 그림자를 드리웠고,

OZ 로고는 네온빛으로 점멸하며 어지러운 기계음 속에 잠겨 있었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거리.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움직였다.

이 침묵은 단순한 고요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불안에 가까운 정적이었다.


"정말 갈 거야? 거긴 금지구역이야. 걸리면 감점 처리뿐만 아니라 기억 조정을 받을 수도 있어.“

엘라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러웠다.


류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웃었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 반, 기대 반의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니까 더 가보고 싶잖아. 감정이 왜 금지됐는지, 우리가 뭘 잊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엘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교복 위에 어두운 후드 재킷을 걸쳐 입고, 학교 뒤편 폐기구역으로 조심스레 향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기. 철문은 경고등도 없이 침묵하고 있었다.


류는 주머니에서 낡은 해킹 툴을 꺼냈다.

LED가 녹색으로 바뀌며 띠-익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들어가자."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내부의 싸늘한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왔다.


폐기구역은 단순한 쓰레기장이 아니었다.

차갑고 무채색의 금속 벽, 정리된 듯 어질러진 단말기들, 그리고 콘크리트 바닥 위에 흩어진

감정 로그 장치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춰 있었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의 기억이 아직 살아 있는 듯했다.


엘라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한 단말기 앞에 멈춰 섰다.

검은 화면 위에서 파란불빛이 미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이거, 아직 살아 있어. 불빛이 깜빡이고 있어."


류가 다가와 단말기를 살폈다.

"이건 감정 기록 장치야. 폐기 대상인데 왜 전원이 유지되고 있지? 이상하네."


엘라의 손끝이 단말기에 닿는 순간—

삐이익!

경고음이 울리고 화면이 깜빡였다.

어둠 속, 흐릿한 영상이 재생되며 울부짖는 인물의 모습이 드러났다.


[로그 001. '잊지 마. 감정은 너의 증거야.']

그 한마디에 엘라의 심장이 움찔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함. 잊었다고 믿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

"누구지...? 이 목소리..."


류는 영상 속 이름을 가리켰다.

"여기 이름 있어. 리츠. 이걸 남긴 사람인 것 같아."


엘라는 불안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단말기들이 무덤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억눌린 감정들이 차가운 기계 속에 갇여 있는 듯한 풍경.


지지지지——

갑작스럽게 천장에서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났다. 불빛이 흔들리며,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쉿, 누군가 있어."


류는 재빨리 조명을 껐고, 엘라는 그의 팔을 꽉 붙잡은 채 숨을 죽였다.

정적을 삼킨 공간 속,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금속 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는 발걸음.

철문이 조용히 열리며 실루엣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하린이었다.

황색 조명 아래, 검은 후드를 쓴 그녀의 모습은 그림자 같았다. 발소리 하나 없었지만, 그녀의 존재는 공간

전체에 파문을 남겼다. 눈빛은 냉철했고, 무표정이 오히려 더 큰 긴장을 자아냈다.


엘라와 류는 동시에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왜 여기 있어?" 엘라가 낮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러나 흔들리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내가 이 영상 남겼어. 그리고... 너희가 올 거라고 생각했어."


정적.


류는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엘라는 멍하니 하린을 바라보다, 단말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로그 002. 시스템은 감정을 결함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감정은 우리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살아 있는 존재다.]


영상이 끝나자, 폐기구역은 다시 고요에 잠겼다.

셋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가슴속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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