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4화. 감정 로그:001

by 전춘미

"리츠...? 그게 누구야?" 엘라의 목소리는 떨렸다.

단말기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문장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았다.

『시스템은 감정을 결함이라 정의했다. 그러나 감정은 우리의 가능성이다.』


류는 단말기 옆에서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방금 그거, 다시 재생할 수 있을까?"


하린이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안 돼. 로그 002는 단 한 번만 재생 가능해. 보호 조치야."


"그럼, 방금 본 게 전부야?" 엘라가 물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접근한 건 삭제된 로그야. 감정 관련 정보는 OZ 시스템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간주돼.

이건 원래 폐기됐어야 할 파일이지."


OZ 시스템은 대재앙 이후 설계된 통합 관리 시스템이었다. 전쟁과 혼란, 파괴의 원인이 인간의 통제되지

않은 감정이라 판단한 설계자들은, 감정을 결함으로 규정하고 제거를 시도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서 조절 칩을 통해 감정의 변동을 억제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류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넌,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야? 우리가 올 거란 것도.“


하린은 숨을 고르듯 잠시 침묵했다. 폐기구역의 차가운 공기 속, 그녀의 숨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나도… 감정을 되찾은 사람 중 하나야."


엘라와 류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하린은 단말기 앞에 서서, 검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6개월 전, 우연히 감정 로그 하나를 접속했어. 그 영상 속에… 리츠가 있었고, 나에게 말을 걸었어."


엘라는 놀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럼, 리츠는... 살아 있는 존재야?“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리츠는 OZ 시스템 안에 남겨진 감정의 유령 같은 존재야.

지워지지 않은 기억, 버려지지 못한 감정의 잔재가 의지를 가진 코드가 된 거지.“


리츠는 시스템에 의해 제거된 감정의 흔적을 수집하고 복원해왔다. 리츠는 오류가 아닌 가능성으로서

감정을 바라봤고, 변화와 진화를 유도하는 존재로서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류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그런 중요한 걸 왜 지금에서야 말한 거야? 진작 알려줬어야지."


하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말했으면, 너희가 여길 오지 않았을 거야. 난 너희가 스스로 보고 느끼길 바랐어.

감정은 강제로 주입되는 게 아니니까.”


엘라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귓가에 리츠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감정은 너의 증거야.』


그때, 또 다른 단말기에서 불빛이 깜빡였다.


띠——

"또 있어! 이건... 로그 001이야!"


엘라는 화면을 터치했다. 단말기에서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로그 001. 리츠가 말한다.

감정은 위험하다. 그러나 그 위험은 곧 가능성이 된다. 우리가 느끼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거야.]


엘라는 화면을 응시한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 어딘가가 저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니 어쩌면 잊고 지낸 통증.

"왜... 이걸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이렇게 아픈 걸까?"


하린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게 감정이야.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야."


류는 이를 악물었다.

"시작이라면... 끝도 있겠지. 그 끝,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거 맞지?"


엘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리츠가 남긴 이 메시지... 우리만 알고 있을 순 없어. 다른 사람들도 봐야 해.“

류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심해야 해. OZ 시스템은 감정을 가진 자를 찾아내고 있어. 우리가 노출되면..."

하린이 말을 이었다.

"...기억을 지우고, 존재를 없앨 거야. 하지만 그 위험은 감수할 가치가 있어. 감정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야.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증거니까."


그 순간, 단말기 화면이 깜빡이며, 노이즈 섞인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로그 000. 리츠: 너희가 여기까지 왔다면, 이미 선택은 시작된 것이다.

더 깊은 기억을 원한다면, 폐기구역 C-13으로 가라. 그곳에서 널 기다릴 거야. —R.]


셋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은 없었지만 눈빛만으로 충분했다.

류가 숨을 들이켰다. "폐기구역 C-13, 가자."


어둠이 내려앉은 폐기구역 속, 세 개의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로그, 다음 기억, 그리고 다음 진실을 향해.

galaxysu_cinematic_close-up_of_three_young_characters_in_a_da_c5b97dbb-18ce-4aac-af8d-45aa225a5162_0.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즈 리부트] 3화. 폐기구역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