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 조심해!"
쇳소리 같은 경고음이 귀를 찢고 지나갔다. 동시에 류의 외침이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철제 구조물이 비명을 지르듯 삐걱이며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쾅—! 굉음과 함께 지면을 강타했다.
금속이 부딪히며 튀겨낸 파편에서 매캐한 쇠 냄새가 확 풍겼고, 충격파가 살결을 후려치듯 몰아쳤다.
엘라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이며 가까스로 피했고, 차가운 금속 조각이 뺨을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가슴을 요동치며 두드렸다.
"대체 무슨 일이야? 폐기구역에 감지 센서라도 설치된 거야?"
하린이 달려와 엘라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우리가 로그를 열었을 때, OZ 시스템이 흔적을 감지한 거야.
단순한 감시가 아니라,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를 추적하기 시작한 거지."
류는 주변을 경계하며 낮게 말했다.
"말 그대로 사냥이 시작된된 거네. 감정을 가진 자들은 제거 대상이 된 거야."
엘라는 겁에 질린 눈으로 하린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우릴 쫓는다는 거야? 감정을 되찾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린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감정은 OZ 시스템이 가장 두려워하는 변수야. 예전 '감정 전쟁' 기억하지?
인간의 감정 폭주로 사회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사건. 그 혼란 속에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OZ는 감정을 통제의 대상, 바이러스로 판단했지."
류가 씁쓸하게 웃었다. "좋아, 감염자라면 감염자답게 살아보자고."
엘라는 하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하린, 넌 도대체 언제부터 이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왜 이렇게 담담해?
마치… 이미 각오한 사람처럼."
하린은 폐기구역 너머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한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네."
류가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인데? 또 뭘 숨기고 있었던 거야?"
하린은 천천히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감정 각성자야. 너희보다 먼저 리츠의 로그를 봤고, 감정을 되찾았어.
그 이후로 내 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감정은 더 이상 제어되지 않았지."
엘라는 놀란 눈으로 입을 벌렸다.
"그럼… 너는 우리보다 훨씬 전부터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거야?"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처음엔 무서웠어. 가슴이 뛰고,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나고… 그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어.
하지만 그 감정이 나라는 존재를 증명해주는 유일한 것이었어."
류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근데 왜 이제서야 말한 거야. 우릴 믿지 못했던 거야?"
하린은 고개를 젓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믿었어. 하지만 감정은 말로 전달되는 게 아니야. 스스로 느끼고 받아들여야 해. 그래서 기다렸어.
너희가 각성하길."
그 말에 엘라의 심장이 요동쳤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나도… 뭔가 느껴져. 아까 그 영상, 리츠의 말… 그리고 이 이상한 두근거림. 이게 감정이야?"
하린이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녀의 웃음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따뜻했다.
"맞아. 너도 이제 각성했어."
류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했다.
"나만 혼자인 기분인데? 난 아무 변화도 못 느꼈어. 그냥 복잡하기만 해."
엘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류, 넌 누구보다 우리를 지키려 했잖아. 위험한 상황에서도 먼저 나섰고. 그게 감정이 아니라면 뭐겠어?"
류는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엘라의 손목에 부착된 OZ 식별기에서 붉은 빛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이게 뭐야…?"
하린이 다급하게 손목의 식별기를 확인했다.
"감정 감지 반응이야. OZ 시스템이 우리 신경 파장을 감지한 거야. 이건 단순한 생체 반응이 아니야.
심박, 호흡, 뇌파의 패턴까지 통합해서 우리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이 반응은 곧… 우리가 감정을 회복했다는 증거야."
엘라는 숨을 삼켰다.
"그럼… 위치도 노출된 거야?"
"그래. 이제 진짜 시간이 없어."
엘라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숨어야 해? 아니면… 도망쳐야 해?"
하린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도망치는 게 아니야. 싸워야 해. OZ 시스템은 감정을 억제해 인간을 통제하려 해. 우리가 되찾은 감정은 바로 그 통제에 맞서는 무기야. 감정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선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야. 공포를 용기로, 분노를 정의로 바꾸는 힘. OZ는 바로 그걸 두려워하는 거야."
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뒤돌아갈 순 없지."
엘라도 결의에 찬 눈으로 말했다.
"우리가 느끼는 이 감정… 절대 사라지게 두지 않을 거야. 리츠의 말처럼, 감정은 우리 존재의 증거니까."
세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폐기구역의 어둠 속. 세 개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억눌렸던 감정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이제, 감정은 숨겨야 할 약점이 아닌— 싸움의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