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실적 때문에 열변을 토하는 대표. 아까 그 하얀 치아를 드러낸 웃음은 가식이었니?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다. 흥분하며 침을 튀기는 대표의 말은 귀에 안 들어오고 그의 치아만 눈에 들어온다. 아까 느꼈던 그 토끼 같던 치아가 이제는 뱀으로 변해 나의 몸을 휘감는다.
'아 XX 또 시작이네...'
마음의 소리는 항상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나는 대표를 존경한다.
당연히 그는 실적에 집착해야 하는 위치이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아랫 직원을 각성시켜 방법을 찾게 해야 한다. 그도, 나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그렇다. 직장이라는 이름의 조직 안에 있으면 그 조직의 문화가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소통의 과정에서 갈등과 사건이 벌어진다. 실적의 압박, 성과에 대한 불안, 동료와의 관계 문제 등 업무 스트레스로 치환될 수 있는 일련의 모든 상황들의 원인은 소통과 이해의 부족이고, 이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당연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어떻게 풀어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메타 인지이고,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나를 드러내기도 해야 하고 나를 내려놓기도 해야 한다. 개인의 이해관계,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업무 외 사내 정치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정치의 희생양이 내가 아니라는 법이 없다. 그래서 힘들다. 내가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여서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 때문에 힘들어서 불만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매번 옮길 수는 없지 않은가. 대부분의 인사담당자가 기피하는 경력직 직원이 업무 경력에 비해 회사를 자주, 많이 옮긴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높은 확률로 문제 해결 능력이 부족하거나 현실에 대해 불만이 많고 부정적이다.
"강본, 알아 들었죠?"
뱀처럼 흐물대던 치아가 토끼같이 앞니를 훤이 내보이며 웃고 있다.
"네, 올해 채용 TO를 내년으로 미루고 해당 비용 일부를 마케팅 예산으로 전환시켜서 추가 매출을 일으켜 볼게요. 다만,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인사팀을 통해 별도 관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리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