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새로운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을 여러 편 흘려볼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영석의 예능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 친구의 표현 처럼 '자기들끼리 즐거운' 무환 순환되는 연예인성 그 자체를 콘텐츠로 하는 보수적인 기획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간 오버해 본다면 범민주화 세대들의 보수화와 기득권화를 유려하게 잘 풀어나가는 기획으로,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들과 같은 궤적에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꽤 좋았다. 왜냐하면 이 어린 여성들이 나영석이 완전히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기획의도도, 진행해 나가는 미션도, 여행을 배경으로만 여기는 방식도 비슷한 듯 했지만 자신도 모르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만으로도 이 기획은 꽤 새로웠다.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종군기자 출신인 주인공이 아내를 잃고 딸을 기르기 위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물원을 사고 운영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돈을 붓기로 결심하면서, 이제서야 처음으로 인생의 모험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영지가 강호동 같아 보여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여백으로 나오는 어두운 숙소 마당 담벼락에서 대충 찍힌 듯한 화면들을 보면서 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유투브가 멱살을 끌고가는 시류에 당겨진 것일지라도 자신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은, 그리고 그 안에 자신의 중심이 들어 있을 것이다, 단지 시장의 힘 만이 아닌 변화 앞에 놓인 사람들의 치열한 몸부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