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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샘 Nov 06. 2023

전세, 경매, 내 돈 돌려받기와 관련한 오래된 이야기2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보이지 않아 보게 된 세상>

Chapter20. 전세, 경매, 내 돈 돌려받기와 관련한 오래된 이야기 2


세상의 상식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건물주에게 버림받은 건물을 우리가 다시 되살리려고 하다 보니 은근히 손이 많이 갔다. 우선 전기, 수도 등이 끊기지 않도록 한전과 수도사업소 등에 연락해서 체납된 금액을 알아보고 관리비를 모아 납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구비하는데 애를 썼다. 그리고 원룸형 오피스텔이란 특성상 대부분 젊은 직장인들로 거주민들이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낮동안 건물을 관리해 줄 경비아저씨가 꼭 필요했다. 다행히 어떤 분이 마지막까지 근무하셨던 경비 아저씨의 연락처를 알고 계셔서 아저씨에게 다시 연락드려 일단은 출퇴근제로 근무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복도 등의 청소를 해주시는 분도 필요하려나 고민했지만 입주민들 간의 우애를 돈독히 하기 위해 각 층별로 알아서 청소를 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다. 하하     


오피스텔의 산적한 문제들을 처리하기 위해 입주민들 간의 회의가 잦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생기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사정을 들어보니 이건 뭐 인간극장이 따로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번이 두 번째로 집주인이 도망간 것이라는 나와 동갑내기 남자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울어줘야 할지 웃어줘야 할지 대책이 수립되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그 밖에도 사태를 깨달은 날 집에서 울었다는 여자분들은 굉장히 많았고, 결혼이 얼마 안 남아서 집을 어서 정리해야 하는 데 이런 사태가 되었다고 울상인 분도 있었다. 눈물 나는 다양한 사연 속에서 그나마 나는 평범한 축이었다. 그렇게 동병상련이란 사자성어를 실감하며 우리는 종종 옥상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음식을 놓고 우리의 어두운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물론!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도망간 집주인을 잡기 위해 고소를 했다. 입주자들의 이름으로 횡령 등의 죄목을 묶어 검찰청에다가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모두들 검찰청이 낯선 까닭에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이유로 내가 고소장을 접수하러 검찰청에 방문하게 되었다. 이젠 오랜 시간이 흘러 자세히 기억도 나질 않지만 민원대에서 서류를 작성하여 미리 준비해서 가지고 갔던 자료와 함께 제출했던 장면만은 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고 보면 그 이후로 아직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으니 아마도 그 우리를 등 쳐 먹은 집주인은 어딘가로 잘 도망을 갔나 보다. 부디 권선징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는데... 하하하    

 

집주인이 잡히지 않고 행방이 묘연하다 보니 우리의 건물은 절차대로 진행되어 갔다. 제1순위 근저당권자인 은행의 주도로 경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처음 부동산 경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그전에도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사하라 사막에 가보지 않은 채로 사하라 사막이 있다는 소문만 들은 것과 진배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니 부동산 경매 사이트도 찾아가 들어가 보고 대강 어느 정도 선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지 조사도 해보고 하면서 마치 사하라 사막에 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수소문을 하였다. 그나마 당시에는 지금처럼 깡통 전세이거나 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대략 감정가의 60~70% 정도선에서 낙찰되면 1순위인 은행이 가져가고도 전세금을 대부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힘없고 빽 없는 소시민의 바람을 가져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은행에서는 경매의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건물 한 채를 통으로 경매에 붙인 것이 아니라 각 호별로 다 쪼개어 경매를 붙였다. 음... 역시 세상엔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경매가 다가오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있었다. 그 두 번째로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거주민 분이 역시 아는 게 많아서 말하기를 이런 경우 돈이 있다면 본인 스스로가 낙찰받는 게 가장 손실을 적게 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째서 그런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덕분에 머리가 좀 아파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너무나도 고급의 덧셈 뺄셈이라 쉽지 않았다. 오랜 사고 끝에 그것이 상당히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레카를 외치며 그 이야기를 실행에 옮겨볼까 생각했지만, 많은 이들의 꿈을 좌절시킨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도 그만 정지선에서 정지하고 말았다. 그 문제는 역시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 당장 융통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경매에 도전을 하든가 말든가 할 수 있을 텐데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나의 수중에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합당하게 그런 돈은 없었다.  뭐, 덕분에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권이 0으로 수렴되어 나름의 유익함은 있었다.      


나 외에도 많은 이들이 같은 이유로 그저 경매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고, 다들 본인들의 무력함을 느끼며 그저 높은 가격으로 경매가 성사되길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1년이 흘렀다. 1년... 집주인이 도망갔을 때부터 이야기를 들어서 경매가 완료될 때까지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말 1년이 조금 넘게 걸려버리고 나니 그 시간이란 놈이 참 야속했다. 다행히 경매는 잘 이루어져서 나의 경우는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호별로 분리해서 경매가 진행되다 보니 간혹 어느 분들은 전액을 다 돌려받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위로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인지 나로서는 잘 판단이 서질 않아 그저 안타까운 표정만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실 나도 손실이 좀 있었다. 아니 이 돈이 원래는 응당, 당연히, 물론, 확실히 내가 돌려받아야  할 돈인데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받게 되니 친구들에게 한 턱씩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뭐 이래저래 다 쏘고 나니 제법 손실이 좀 있었다. 이놈의 인생에 파도는..


 '상식'이란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다. 보통... 물론 세상에는 보통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요즘 전세사기 관련 뉴스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상식을 파괴하며 자신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한 사람이 천 채에 가까운 집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이들에게 '상식'이란 단어가 세월이 흐르며 많이 변질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기에는 충분했는데, 그 집을 본인의 돈은 거의 투자하지 않고 집값보다 높은 전세금으로 돌려돌려 막아가며 매매했다는 것은 나같이 창의력이 뒤처지는 사람에게는 실로 감탄만이 나올 일인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나마도 요즈음의 사태에 비하면 한결 나은 것이었음에도, 돈을 돌려받기까지의 생활은 가시방석에서 까끌까끌한 현미밥만 먹는 것처럼 편안치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황당한 상황에 놓인 분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오랜 옛날부터 이렇게 자신의 욕심을 위해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던 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사유재산을 갖게 된 그 순간부터 계속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그 옛날 산신령님이나 용왕님께 안녕을 기원하던 시절과 연일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리는 21세기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다르다. 과학이 발달하고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전 세계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지금. 굳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비상식적인 행동들까지 진화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정당한 거래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라도 예의를 갖춰 이야기하고 내가 당해서 기분 나쁠 행동이면 나도 상대방에게 하지 않는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건 법으로 규제해서 될 일도 아니고 경제적 풍요로움으로도 이룩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 바로 '나' 자신의 실천만이 이룩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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