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잠든 낭구는

by 이길용

이제 간다함은 아주 감이 아니요

내 가슴의 무너짐입니다

마음 껏 방어의 담벼랑에 흙탕물로

훼방하고 싶지만

저만치 고개 숙인 낭구가

긴 그림자를 해산하여


나는

그냥

우뚝

낭구의 한 가지가 되고 맙니다


낭구는 길고, 곧고, 무섭습니다


이제 낭구는 그 날과 그 시(時)를 잃어버리고

다시 흡입의 순환을 반복합니다.

잊어버릴래 잊어버릴 수 없는 순간인데도

낭구는 그냥 속을 비우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낭구 팔뚝에 꽂힌 가지는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낭구가 빈 것은 맴이 이동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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