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들었습니다. 제 작곡 노트에는 1983년 7월 2일 오후 7시라고 적혀 있네요.
80년대 초반 학번 답게 제 20대는 어수선한 나날이었습니다. 최루탄 내음을 맡으며 등교했고, 화염병 화기와 함께 하교를 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울했으나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가던 푸르른 시절 종종 김민기님의 노래로 위안을 받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김민기님이 만드신 "꽃 피우는 아이"를 즐겨듣곤 했습니다. 나즈막히 그리고 낮게 깔리는 김민기님의 노래가 들끓는 청춘의 마음을 편안히 감싸주었습니다.
김민기님의 노래는 이렇게 흘러갑니다.
무궁화꽃을 피우는 아이
이른 아침 꽃밭에 물도 주었네
날이 갈수록 꽃은 시들어
꽃밭에 울먹인 아이 있었네
무궁화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꽃은 시들어 땅에 떨어져
꽃 피우던 아이도 앓아 누웠네
누가 망쳤을까 아가의 꽃밭
그 누가 다시 또 꽃피우겠나
무궁화꽃 피워 꽃밭 가득히
가난한 아이의 손길처럼
단조로 흘러가는 김민기님의 노래가 너무 슬프게 읽혔습니다. 더군다나 "꽃 피우던 아이도 앓아 누었다"는 노랫말이 마음에 몹시도 걸렸습니다. 뭔가 다른 이야기는 없을까. 조금 밝은 이야기는 없을까. 고민 끝에 김민기님 노래에 답가 형식으로 만든 것이 이 노래입니다. 그래서 단조로 시작한 노래는 후렵구에는 장조로 바뀌어 나름대로 희망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노래를 만든 것도 40년이 넘어가네요. 제 젊은 시절의 한 장면이 이렇게 노래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