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by 이길용

이 노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만들었으니 40년 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났네요. 그때 같은 교회 다니던 친구로부터 시 하나를 받았고, 거기에 멜로디를 붙여 만든 것이 이 곡입니다. 조금 가곡스럽게 멜로디를 썼습니다.


그 당시 주변에 곡을 쓰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기에 좀 가깝다 싶은 친구들은 너도나도 제게 찾아와 멜로디를 붙여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때론 가사라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글들도 있었지만, 가끔씩은 정말 시 같은 노랫말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 '가을'이란 시가 그랬습니다. 동년배 친구로부터 건네받은 쪽지에는 '가을'이란 이름의 시가 수줍게 숨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막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던 여학생이었고, 건네준 시를 읽자마자 곧바로 악상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좋은 노래는 좋은 시가 만듭니다. 때론 곡 쓰기보다 노랫말 정하기가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멋진 노랫말을 만나면 곡은 그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꼭 성악 전공자에게 한번 불러보라고 해보고 싶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내 느낌이 전문 성악가를 통해 어떻게 표현될지가 궁금합니다. 그런데 이 노래도 만들고 40년이 훨씬 지나가도록 여전히 제 작곡노트에만 자리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