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제목과는 달리 저자는 완벽에 가까운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의 빈 구석들을 용케 찾아내어 비교한다. 아마도 독일이나 영국 사람이었다면 이 책의 부제처럼 미친 듯이 웃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맞아, 그 나라 사람들이 좀 그렇지.' 하면서. 하지만 그렇게 맞장구치면서 배꼽을 잡기엔 스칸디나비아는 우리에게서 너무 멀다. 볼보, 레고, 노키아, 이케아, 바이킹... 아무리 머리를 털어봐도 스무 단어를 채우지 못할 동네인데 각 나라마다의 비슷함과 다름을 안다는 건 무리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다른 먼 나라 이야기를 알아나가는 것은 재미있다.
아무튼, 세계 어디를 가든 이웃나라와 친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나라는 거의 없는 모양이다.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도 서로 헐뜯고, 견제하고, 미워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나라별로 고민거리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우리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겪어야 할 고민거리일 수도 있다. 다문화 사회, 고령사회, 여성 노동력...
북유럽 사람들은 아래쪽 유럽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심성과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어쩌면 우리의 그것과도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에는 데면데면하지만 술만 들어가면 바로 형-동생 하게 되는 그런 어떤 것들, 저자인 영국인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상황에 나는 오히려 공감이 가는 걸 보면.
굳이 제목과 부제에 모두 '거의'를 붙인 이유를 '거의' 알 것 같다. 완벽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미친 듯이 웃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에 대한 교훈이나 공허한 웃음 대신 먼 나라에서 힘들게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만 고생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의 이웃들 만큼이나 저들의 이웃들도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다는 것 그래서 결국 우리는 모두 '거의' 비슷하게 살 거라는 이야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