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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Sep 03. 2018

스크린을 가득 채운 커서의 압박

모뎀 소리로 열린 디지털라이프... 영화 서치

  모뎀이 전화 거는 소리, 연결되는 동안의 잡음 소리... 이제는 기억 저 너머에 접어 놓은 추억이다. 이제는 잊힌 '천리안'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했던 사람에게 모뎀 접속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내 추억의 많은 것들을 건드리며 시작한다.


 모니터 화면으로만 영화를 풀어내는 형식이 궁금해 극장을 찾았다. 낯선 형식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담벼락 글들도 보이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아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모니터로 영상을 풀어내는 장면이 조금은 거슬리기는 했어도 참신한 시도에 찬사를 보낸다. 극장 스크린을 가득 채운 커서의 깜빡임은 그 크기만큼이나 거대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형식뿐만 아니라 줄거리 역시 훌륭했다. 딸과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사건을 추적하는 아버지의 절실함, 부녀 지간의 어찌할 수 없는 미묘한 간극과 갈등은 딸 둘의 아빠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몇 명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역할과 갈등 구조 역시 잘 짜 맞춰 들어간다. 하루 종일 모니터를 끼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적절히 그려낸 영화.


 주인공 가족이 한국인이라고 명시되지는 않지만 'Kim'이라는 성을 쓰며, 메신저에 '엄마'라는 단어가 나오고, 김치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한국인 2세쯤으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완두콩을 '에다마메'라고 하지는 않는다. 옥에 티라고 해야 할지, 미국에서는 이미 '에다마메'가 완두콩을 지칭하는 일반명사가 되어 버린 건지...


 후반부의 반전은 극적이다. 중반쯤에 깔아 두었던 복선이 제대로 불거져 나온다. 다만 복선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전적으로 우연에 의존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를 완성하는데 그다지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어차피 영화는 실제가 아닌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지만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모니터 화면은 매일 보는 모니터 화면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매일 보는 친구나 가족이라도 TV나 동영상으로 보면 달리 보이듯. 익숙하지만 낯선 프로그램 속에서 펼쳐지는 익숙하지만 낯선 사건과 그 속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반전, 재미있는 영화였고 SNS 많이 하는 분들이라면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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