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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Oct 10. 2015

Begin Again, Once Again

분식집에서 갈비집으로 확장개업

낡아빠진 스쿠터가 역시 낡기는 했지만 까만 세단으로, 구멍난 타카미네는 마틴과 깁슨과 펜더로, 무엇보다도 아일랜드의 시골마을이 뉴욕으로 바뀌었다.  주인공의 가족도 진공청소기 수리하는 홀아버지에서 별거중인 아내와 딸로 늘어났다. 세션을 맡은 음악가들도 길거리 버스킹족들에서 하버드 음대생으로 바뀌었다.

세련되어지고, 커지고, 다양해지고, 넓어진 만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8년 전의 원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갈등구조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주인공의 좌절의 폭 역시 인사이드 르윈을 떠올리게 할만큼 깊어 보인다.

아일랜드 시골 마을의 자갈길을 살포시 거닐던 통기타 포크음악은 역시 통기타가 중심이긴 하지만 세련된 모던락으로 바뀌어 뉴욕의 밤거리를 누빈다. 때로는 화려한 고층빌딩 사이로 날려 올리기도 하고, 노랑택시가 돌아다니는 뒷골목을 거닐며 소호의 밤거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어거스트 러시에 대한 오마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긴어게인은 존 카니 감독이 8년전 만들었던 원스의 뉴욕 버전이다. 저예산 영화로 대박을 치고 헐리우드로 화려하게 입성한 감독이 화려한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원스의 동화를 다시 풀어놓는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도시 뉴욕에 걸맞게 원스 보다는 훨씬 복잡하게 갈등을 헝클어 놓지만 결코 원스보다 더 나가진 않는다. 감독이 원한 것은 윈스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뉴욕판 원스였던 것 같다. 레고 테크닉이 레고의 업그레이드가 아닌 어른을 위한 레고이듯.

원스를 봤다면 8년의 시차와 함께 아일랜드와 뉴욕의 차이를 꼼꼼히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스를 미처 못봤더라도 상관없이 아름다운 도시의 동화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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