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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Oct 11. 2015

Once, Inside Llewyn Davis

동화와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음악

낡아빠진 타카미네 기타를 맛나게 치는 주인공에 흠뻑 빠져 버렸다. 가진 것이라고는 구멍이 날 정도로 닳고 닳은 통기타 한 대뿐, 낮 시간에는 아버지와 진공 청소기를 수리하고 저녁 시간에는 길거리에서 버스킹으로 푼돈을 번다. 무엇이든 취미로 할 땐 멋이지만 밥벌이가 되는 순간 궁상이 되기 쉽다. 음악이 그렇고 사진이 그렇다. 특히 예술적인 감동에 지갑을 열 준비가 아직 덜 되어 있는 우리의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뭐 선진국이라고 더 나은 것 같지는 않다. 뭘 해도 되는 게 없는 르윈 같은 친구를 보면 말이다.

영화 Once의 주인공인 글렌(영화에서 이름이 따로 나오지 않는 관계로 배우 이름으로 부른다.)이나 인사이드 르윈의 주인공 르윈 모두 도무지 뜰 것 같지 않은 동네 무명 가수들이다. 글렌은 일제 타카미네 기타를 친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가끔 들고 나오는 화려한 장식이 붙어 있는 검정기타가 타카미네 기타이다. 독특하고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기타이지만 글렌의 기타는 구멍 때문인지 살짝 힘이 빠져 있다.

르윈의 기타는 깁슨이다. 올해로 120년 된 전통 있는 미국의 기타 메이커다. 깁슨의 일렉기타 모델인 레스폴 시리즈는 기타 좀 친다는 친구들은 누구나 꿈꾸는 명기. 깁슨에서 만드는 통기타 역시 전형적인 미국 사운드, 기름지고 찰랑거리면서도 박력 있는 사운드를 내뿜는 꿈의 악기이다. 당연히 르윈의 기타 역시 무척 낡았다.

두 영화는 그다지 명랑하지 못한 두 가수의 일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 친구 모두 열심히 자기의 노래를 만들고 여기저기 부르러 다닌다. 글렌이 예쁘장한 동유럽 악센트의 아가씨를 만나면서, 르윈이 지인의 고양이를 떠안게 되면서 두 영화는 서로 다른 길을 찾아 간다. 글렌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글렌에게 도움을 준다. 또한 글렌 역시 그들에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반면 르윈은 무책임하게 주변과 만난다. 고양이도  잃어버리고, 임신한 여자친구에게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만나는 사람들도 르윈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포크 선율을 경쾌한 통기타 스트로크에 올려 놓고 있지만 두 영화는 아주 대조적인 세상을 보여준다. 원스는 악인이라고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 반면 인사이드 르윈은 모두가 서로에게 냉담하다. 받는 것이 없으면 주는 것도 없다. 철저한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음악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르윈이 누군가에게 얻어 맞으며 길거리에 뻗는 맨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며 끝난다. 동화와 현실의 세계는 이처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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