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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Oct 11. 2015

영화 속으로  들어온 컴퓨터 게임

Edge of Tomorrow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일단 시작해 본다.  시작하자마자 첫 판에서 어이없이 죽어 버린다. 그럴 수도 있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으니까. 두 번, 세 번 다시 시작한다.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 이내 다음 판으로 넘어가면 바로 죽는다. 이만하면 요령이 생길 만도 한데 쉽지 않다. 판을 깨는 요령을 익히는 게 나름 재미나기는 하지만 매번 죽어버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슬슬 짜증이 난다. 아이템 주워 먹는 재미도 처음  한두 번이지, 이젠 꼭 필요한 아이템만 골라서 챙긴다. 아이템 많아 봐야 체력만 빨리 소모된다.

눈도 침침해 지고, 허리도 아파 온다. 왜 이 게임을 시작해 가지고, 이 고생 이람. 아직 엔딩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아직 반도 안 왔는데... 어디서 어느 놈을 죽이면 어떤 아이템이 나오는 지 이제 눈감고도  찾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엔딩을 보지 않고서는 끝낼 수 없다. 여지껏 받은 구박과 잔소리의 보상은 엔딩 밖에 없다. 헌데 지금 이 판을 도저히 깰 도리가 없다. 막막하다. 여기서 끝내야 하나?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테크트리를 타 보기로 한다. 뭐든지 속도 위주로 재편해 보자. 무조건 빠른 게 장땡이다. 그러려면 가벼워야 한다. 마음도 비우고 몸도 비우고, 아이템도 최소한으로 챙기고. 앗싸! 막혔던 판을 깼다. 이제부터는 무작정 달리는 거다. 엔딩의 대마왕을 무찌를 때까지.

62년생인 탐 횽아는 늙지도 않는다. 클론으로 여러 카피의 인생을 살더니 이번에는 하루를 여러 번 끝도 없이 되돌아가며 산다. 오블리비언에서는 클론마다 자신의 싸움이 있었고, 엣지 오브 투마로우에서는 매일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싸움이 벌어진다. 클론들은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기억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엣지 오브 투마로우에서의 기억은 누적되어 간다. 어제의 경험으로 오늘의 생명은 조금 더 연장된다. 새로운 경험을 쌓는데 주저할 필요도 없다. 죽으면 리셋되어 다시 시작하니까.

전장의 한 복판에서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일방통행의 러브라인을 좀 더 섬세하게 다뤄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도입부의 전개가 조금  터무니없지 않냐는, 무슨 잘못을 했길래 공보장교 소령이 이등병으로 강등되고 다음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에 투입되냐는 황당함이 살짝 옥의 티로 남는다. 하지만 을지면옥의 냉면에 편육 대신 떡갈비가 얹어진다고 더 맛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으니 크게 문제 삼지는 않기로 한다.

게임과 영화의 경계에서 게임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는 영화, 게임에는 취미가 없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역시 믿고 보는 탐형님의 영화. 엣지 오브 투마로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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