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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Oct 17. 2015

Dome으로 상징되는 도시, 쾰른

[내가 사랑하는 출사지 #13]

  화창한 가을 하늘, 여기저기 뭉게구름이 피어 오른다. 라인강에는 이런 저런 모양의 잘 빠진 유람선과 투박한 화물선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유람선 선착장 옆 둔치에는 아직 이른 저녁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가하게 늦은 오후의 기울어가는 햇살을 즐기고 있다. 덩치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스케이트 보드, 심지어 킥보드를 타는 할머니까지 모두들 여유로워 보인다. 






  둔치에 바로 이어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야외에 테이블을 내놓고 이제 막 시작된 가을 바람을 즐기며 맥주와 와인을 즐긴다. 조금 일찍 서두른 덕분에 전망 좋은 자리를 잡았다. 쾰른에서는 종업원들이 메뉴를 주면서 다들 하나같이 "Zwei?"를 묻는다. 맥주 두 잔 우선 가져다 줄까냐는 의미다. 쾰른 사람들은 쾰시(Kölsch) 맥주를 마신다. 쾰른이라는 도시명의 형용사형일 정도로 쾰른과 쾰시맥주는 늘 붙어 다닌다. 


  독일의 맥주는 대부분 체코에서 유래한 필스너 종류이다. 효모를 대충 걸러내어 맛이 진하고 풍부하다. 국내의 하우스 비어에서 취급하는 맥주가 대부분 이 계열의 맥주이다. 색이 둔탁하고 무거워 보이는... 반면 쾰쉬맥주는 투명한 금색에 아주 깔끔한 맛이다. 맥주라기 보다는 탄산음료에 가까운 맛이다. 도수는 대략 5도 정도로 그다지 센 편은 아니다. 모든 쾰시 맥주는 200cc 잔으로 서빙하도록 통일되어 있는 모양이다. 200cc면 소맥 마는 잔이 딱 200cc. 참으로 감질나는 양이다. 


  한 입에 툭 털어 넣고 바로 두  번째 잔을 시킨다. 종업원 영감들이 좋아한다. 시내 안 쪽 양조장 직영점에선 한 잔에 1.3유로를 받는다. 성당 주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으로 나오면 1.5 유로로 올라간다. 라인 강변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쾰쉬를 즐기려면 1.8유로가 필요하다. 맥주에 강바람을 얹은 값이다. 맥주를 주문하면 종업원은 잔을 얹는 컵받침을 뒤집어 계산서를 적는다. 맥주 잔 수는 막대기로, 와인 같은 다른 걸 시키면 금액을 적는다. 계산은 그 자리에서 종업원과 정산한다. 현금만 되는 곳도 제법 있는 모양이니 미리 확인은 필수. 






  쾰른은 독일에서 네 번 째로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대성당 말고는 그다지 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관광코스에서 빠져 있는 모양. 하지만 대규모 전시장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국제 전시 행사들이 열리고 있어 업무차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긴 나도 두 번 모두 포토키나라는 사진 관련 전시회 때문에 쾰른을 찾은 것이니. 


  쾰른의 랜드마크는 당연히 쾰른 대성당이다. 여기선 그냥 Dome이라 부른다. 쾰른 중앙역과 바로 붙어 있어 당일치기로 성당만 보고 가는 베낭객 들도 있는 모양이다. 대성당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백문이 불여일견. 종교와 정치, 권력과 지배받는 민중의 삶 등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다. 건설되는 600 여년의 세월 동안에는 얼마나 흉물스러운 돌더미였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과 함께. 


  대성당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간중간 보수한 흔적들이 보인다. 세월의 흔적(그 와중엔 2차 세계대전의 폭격 후유증으로 검게 그을린 흔적이 제일 크다) 사이사이로 하얀 대리석 조각들이 어색하게 끼워져 있다. 어쩌면 이 건물 자체가 그렇게 세월을 겪으며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 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첨탑  한쪽은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굳이 대성당이 아니더라도 도시 자체가 로마시대의 유적 위에 지어진 듯하다. 길을 걷다 보면 약간 이질적인 질감의 담벼락이 이어지거나, 위 아래로 겹쳐진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구석구석 정말 재미 난 이야기 거리들이 가득 숨겨져 있을 듯한 도시, 일로 오지 않았더라면, 혼자 왔더라면 좀 더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도시. 늘 올 때마다 아쉬움을 가득 안고 돌아가게 되는 도시. 떠날 때가 되면 아쉽지 않은 곳이 어느 한 곳이라도 있겠냐만 쾰른은 더더욱이나 추억이나 기억 보다는 카탈로그와 전시회 동안의 대화 내용을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곳이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유럽 사람들 틈에 있으면서도 그다지 여유롭지 못한 나의 며칠, 여유롭게 사는 것도 경험이 필요하다. 느긋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강물을 바라보는 여유, 시간만 주어진다고 되는 게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행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언젠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더군다나 행복의 조건은 지금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것. 다만 스스로 그 조건들을 부인하고 지금의 행복을 부정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 우리와는 다른 시계로 움직이는 사람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우리보다는 훨씬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은 행복할까 물음을 던져 본다. 물론 아무도 대답을 해 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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