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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Dec 14. 2015

겨울을 준비하는 호수공원

포근한 겨울, 일요일 아침 산책



겨울 아침이지만 햇살도 따스하고 공기도 포근하다. 가볍게 공원을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다. 중천으로 올라가는 해가 아쉬워 해를 보며 공원을 돌기로 했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겨울이라는 계절 탓에 10시 가까이 되었어도 햇살은 아직 눈가를 맴돈다. 


볼품없이 말라버린 들풀이지만 낮은 각도로 파고 들어오는 역광 속에서는 따뜻했던 계절 못지않게 아름답다. 다만 눈부신 햇살에 숨어 있는 그들을  찾아내는 데에는 약간의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사진을 담고자 할 때 해의 방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해를 등질 것인지(순광), 마주설 것인지(역광), 옆에 둘 것인지(사광) 등의 각도에 따라서, 또한 그 시점에서의 고도에 따라서 동일한 장소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담기게 된다. 

 




역광이지만 카메라를 조금 높은 곳에 두어 빛이 비치는 고도를 조금 높게 했다. 조리개를 개방하여 뒤에 있는 다른 줄기들은 빛 번짐 처리가 되도록 했다. 뒷 부분의 마른 꽃에도 역시 역광이 비추고 있어 빛망울이 곱게 잡혔다. 








역광을 이용하는 이점 중 하나는 역광일 경우 배경을 어둡게 처리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특히나 실루엣이 강조되는 마른 들풀이나, 투과광이 예쁜 봄의  어린잎들인 경우 어두운 뒷 배경 앞에서 더욱 화려하게 빛나게 된다. 눈에 보이는 물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시각의 특성 때문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을 사진에 담아 두는 것, 사진가의 특권이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조절함으로써 사진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달리 구성할 수 있다. 동일한 장소에서 1시간 안팎으로 찍은 네 장의 사진이지만 사진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어떤 느낌으로 사진을 만들 것인지는 전적으로 사진가가 선택해야 할 몫이다.






좀 더 넓은 범위의 풍경을 찍을 경우도 역광의 매력은 유효하다. 일반인들이 싫어하는 상황, 애써 피하려는 상황에서 사진가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아래의 컷들은 나름대로 역광을 이용하여 찍고자 하는 의도를 좀 더 부각하여보려고 시도했던 컷들이다. 


사진이라는 것이 찍히는 순간 스스로의 의미를 함유하게 되는 것이기에 굳이 어떤 의도였는지를 밝힐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어찌 되었건 역광 속에서 피사체들은 서로 좀 더 명확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역광으로 인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빛에 노출되거나 둘 중의 하나인 상황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립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면 재미난 사진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모든 사진을 역광으로 찍을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따라 다양한 빛을 이용하는 능력이 사진가에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헌데, 찍다 보니 대부분 역광 사진들인 걸 보면  어느새 나도 역광 마니아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이 사진들은 모두 SONY NEX-5와 Nikkor 45 mmP f/2.8 렌즈로 촬영했다. 니콘 F 마운트 어댑터를 사용하더라도 어지간한 렌즈 하나의 무게에 불과하다. 공원 산책용으로 딱 알맞은 장비이지만 45미리 팬케익 렌즈의 색감은 그냥 동네 산책을 훌쩍 뛰어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렌즈인 이유. 


가볍게 챙겨 들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는 것, 산책이 운동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활동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 사진을 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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