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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Apr 06. 2016

WTC에 대한 오마쥬, 그리고 이민자의 나라

하늘을 걷는 남자

뉴욕 맨해튼 자유의 여신상, 여신이 들고 있는 횃불 옆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파리에서 곡예사로 성장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게 영화는 시작된다.


자유의 여신상에서 바라보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주요한 배경이며 뉴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건축물이었다. 자유의 여신상은 1874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귀스타프 에펠이 선물한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자리 잡은 엘리스 섬은 이민자들이 몰려들던 시기 이들을 심사하던 곳이다. 신대륙의 꿈을 품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었던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했던 관문인 셈이다. 


한편 1973년에 완공된 WTC 쌍둥이 빌딩은 건설 당시 여론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교통 유발에 대한 염려와 당시로서는 눈에 익지 않은 직선의 건물 디자인 탓. 이곳저곳에서 줄타기 곡예를 벌이면서 파리에서 가난한 거리 예술가로 살아가던 주인공은 WTC 쌍둥이 건물에 대한 뉴스를 보고 두 건물 사이에서 줄타기를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의 줄타기는 성공을 하게 되고, 이는 개인적인 성취로 끝나지 않고 WTC 건물이 어떤 의미인지를 뉴요커들에게 새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된다.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건물의 보안 체계는 어쩌면 바깥 세계에 대한 미국의 폐쇄성을 은유한다. 이러한 보안체계를 뚫고 줄타기를 시도하는 노력은 이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이지만 이제는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자기들의 것을 지키기에 급급한 미국에 대한 조롱으로 읽힌다.


"오렌지가 세 개 있으면 저글링을 한다.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을 보는 순간 줄타기로 건너고 싶었다." 필리프 프티라는 곡예사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이제는 사라져 버린 WTC 쌍둥이 빌딩에 대한 오마쥬이자 미국을 건설했던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송가이다.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는 캐스트 어웨이, 포레스트 검프, 백 투 더 퓨처 등을 감독했던 실력파 거장이다. 무너져 내린 WTC 건물을 CG로 다시 만들어 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새롭게 희망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거장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야심작 '하늘을 걷는 남자'는 불행하게도 흥행실패로 귀결되었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개봉할 당시 아이맥스 화면으로 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한 게 무척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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