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정반합의 확대 재생산이 가능할까?
80년대의 더블린,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도시는 암울하다. '원스'에서 시작된 불황이 절정에 다다른 듯하다. 밝고 경쾌했던 '비긴 어게인'의 뉴욕과는 상반된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존 카니의 전작들이 늘 그래 왔듯이 암울한 배경은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비주얼 효과일 뿐, 그다지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에겐 음악이 있다. 슬픔을 이겨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만병통치약, 심지어 이심전심의 텔레파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카세트 플레이어, LP판으로 흘러나오는 듀란듀란과 홀 앤 오츠의 음악은 80년대를 추억하기 위한 제법 괜찮은 소품들이다. 72년 더블린에서 태어난 존 카니 감독의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존 카니의 팬이라면, 비긴 어게인을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재밌게 볼 수 있을만한 영화이다. 다만 비긴 어게인 보다도 더 뭉게 버린 갈등구조, 생뚱맞을 정도의 코미디,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최소한의 현실성 등은 접어 두어야 할 것 같다.
음악 역시 전작들에 비해서는 공감이 떨어진다. 물론 듀란듀란(리오)류의 댄스곡이나 M(Pop Music)류의 테크노 뮤직이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탓인 것 같기는 하다. 게다가 마룬 파이브에 필적하는 시골 고등학교 스쿨밴드의 사운드에 쉽사리 공감이 가기는 쉽지 않을 듯.
너무 쉽게 만든 영화, 스스로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나가다 보니 정작 상대방에겐 '그래서 뭐?'하게 만드는 듯하다. 원스 보다는 철학이 모자라고 비긴 어게인 보다는 돈을 아낀 듯한 영화. 그래서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볼 기회가 없을 듯한 영화.
비긴 어게인의 인연으로 찬조 녹음했을 듯한 아담 르바인의 삽입곡 하나 첨부해 본다.
http://youtu.be/nefS8a5Pq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