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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Aug 12. 2020

물고기가 찾아준 동심, 마우이 오션센터

“뭐……할까? 뭐 할래?”     


어디로든 가보지 뭐! 일단 길을 나섰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였다. 낯설지 않은 마우이 공기와 풍경이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그 즐거움은 더 컸다. 날씨는 칭찬할 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히 글루밍 한 날씨다. 정해둔 목적지는 없었지만, 숙소에 짐을 던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다.     

라하이나(Lahaina) 쪽으로 향했다. 마알라이아 항구(Maaleea Harbor)쯤 왔을까? 우린 추억에 사로잡혔다. “여기서 누구 만났던 적 있지 않아?” “우리 예전에 선셋 세일링 할 때 여기서 출발했지! 선셋 세일링 좋았는데” 하며 몇 년간의 여행을 되짚었다. 그러다 항구 앞쪽에 차를 잠깐 세웠다. 번번이 지날 때마다 주차장이 만차였던 곳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주차장은 빈 곳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오빠 우리 저기 가자!”      


저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마우이 오션센터이다. 아쿠아리움과 같은 곳. 가이드북 작업할 때 찾아본 통계 자료에 의하면 마우이에서 가장 많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라도 하면 커피값 정도 벌 수 있었을 테지만, 무계획으로 다니는 자들에게 할인이라는 인자함 따윈 없다. 게다가 비슷하게 생긴 동양인의 특징 탓에 직원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 일본어로 인사를 건넨다. 상냥하게 웃으며 ‘아임 프롬 코리아’라고 답했다. 과장된 몸짓이 특징인 미국인답게 어쩔 줄 몰라하며 ‘쏘리’하고 티켓을 건네는 직원을 뒤로하고 입장했다.     

몇 번이고 스노클링을 통해서 바닷속 세상을 탐험했기에 기대감은 제로였다. 오션센터 자체가 큰 흥미를 준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도 조카들 때문에 두세 번 가 본 것이 전부다. 곳곳에 마련된 거대한 수족관이 좋아 보이기보다 답답해 보였고 자연과 격리된 채 살아가는 물고기가 때론 불쌍하게 여겨졌다. 언제 지어졌는지 가늠할 수 없는 오션센터 건물도 시선을 끌기 역부족이다. 그저 우리에게 킬링 타임의 장소였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체험이라고 할 딱 그 정도 말이다.      

오디오 기기는 다행히 한국어를 제공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관람에 나섰다. 합법적인 보호 아래 수집된 물고기들이 마치 수족관이 바다인 것처럼 착각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오디오 속 번역 투의 설명은 약간의 지식까지 더했다. 설명과 함께 전시된 생태계를 보고 있으니 오히려 갇힌 것이 불쌍하기보다 행복해 보였다. 적자생존 속 세상에서 최소한 생존의 가능성은 높이지 않았나!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약간씩 다른 물고기는 얼마나 많던지! 생태계의 다양성에 놀라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과 물고기에 대한 궁금증이 해초가 춤추는 듯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리 벽 너머 있는 산호초는 선명하고도 오묘한 빛을 발했고, 이름 몰랐던 물고기의 몸에는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아리따운 선, 손대면 스르르 녹아내릴 만큼의 부드러운 비늘이 달렸다. 포획이 법으로 금지된 고래류는 실물 대신 모형뿐이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영상이 눈물을 훔치게 했고 수중 터널은 영화 속에서 볼법한 로맨틱한 분위기까지 연출했다. 터널을 지날 때 만타레이(Manta ray ; 쥐가오리)는 감춰뒀던 귀여움을 발사했고, 그 귀여움 덕에 마냥 낯설기만 하던 존재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원형 수족관에서 놀던 새끼와 엄마 거북이는 세상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에 가던 길 멈춘 어른이 한둘 아니다.      

수천 가지 종류의 물고기가 지닌 다양한 표정만큼이나 관람객 표정 역시 천차만별이다. 입속에 공기를 가득 넣고, 입을 삐죽 내밀어 보고, 물고기 표정을 따라 해 보다 문득 물고기 입장에서 바라본 인간의 표정은 어떨까 생각했다. ‘물고기가 바라본 인간은 행복해 보일까?’하고(적어도, 너를 본 나는 행복하구나!).     

기대감 제로로 온 탓일까? 새로운 경험을 한 덕분일까! 물고기가 준 즐거움과 감동은 마치 유년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친구들과 소꿉놀이한다고 해가 졌는지도 모른 채 놀기 바빴던 그 마음이 오랜만에 싹트는 듯하다. 잃고 살아온 마음을 다시 찾은 건 마냥 이곳에서의 시간을 붙잡고 싶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험한 탓에 폐장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어쩌면 바닷속 왕국에 사는 바닷가재 아저씨가 인어공주 에리엘에게 불러 준 노래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바닷속이 최고이니 육지로 나갈 꿈은 꾸지 말라는. 그 바다 찬양가. ‘under the see(언더 더 씨)’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션센터와 작별을 한다. 그리고 이내 마음엔 파도 소리가 나직이 찰박찰박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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