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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Aug 09. 2021

친구 따라 수영장

한 달 차 수린이 일기

7월부터 수영하고 있다. 수영이라고 썼지만, 발장구에 가까운 몸짓이다. ‘해야지, 해야지하면서도 그렇게   미뤄둔 수영을 강습도 받을  없는 코로나 시대 시작한다는  우스운 노릇이지만, 그래도 수영 잘하는 친구가 있어 따라간다. 코로나 탓에 수영장에서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라인에서 이것저것 알려 준다.   

25m 되는 거리가 어떤 날은 쉽고, 또 어떤 날은 어렵다. 숨이 차는 정도도 비슷하면 좋으련만 어떤 날은 무난하고 어떤 날은 헉헉거린다. 요령도 생기지 않은 채 하는 발차기이지만, 그래도 무더운 여름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는 시간임은 분명하다. 친구가 알려 준 유튜브 채널을 몇 번이고 반복해보지만, 실전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하나가 되면 다른 하나가 되지 않고. 멀티가 쉽지 않다. 처음으로 운동을 배우며 ‘어렵다’라고 느끼는 중이다.      

일주일에 세 번, 하루 50분씩 하는 물놀이, 그것도 강습을 받는 것도 아니라 쉽게 향상될 리 없다. 몇 번 본 내 발차기가 못 미더운 수영 강사(수업은 하지 못하지만 아마 강사인 듯하다)는 발을 펑펑 힘껏 차라며 코치해준다. 나도 힘껏 차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된다. 물에 지는 느낌이다(이겨서 뭘 하나!). 서너 번 갈 때까지 욕심도 나고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 짜증도 나고. 그러다 알았다. 이건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시간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할 운동이라는 걸. 내 친구도 인어공주처럼 노련한 몸짓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테니.      

6개 라인에서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물살을 헤친다. 가장 초보 레인에 선 나는 킥판을 붙잡고 발차기를 한다. 발차기가 익숙해지면 ‘음파’하는 숨쉬기도 같이 연습해야지. 아직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어쩌다 동시에 같이하면 하나가 틀어진다. 발차기가 제대로 되지 않든, 숨쉬기가 맘대로 되지 않아 물을 마시든. 노선이 삐뚤어지든. 그래도 다행인 건 약간의 배영은 할 줄 알아 앞으로 가는 것과 뒤로 가는 것을 반반 연습할 수 있어 덜 지루하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말처럼 친구가 있으니 그래도 수영장에 열심히 간다. 열심히, 꾸준히 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아직은 몸에도 목에도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언젠가 힘 빠지는 날도 오겠지. 속도에 욕심 안 내고 천천히 가련다. 그러다 보면 뭐라도 하겠지(올림픽 수영 황선우 선수의 경기를 보며 그 실력에 감탄했다).  

사실 오늘도 수영장에 가는 날이다. 먼저 센터 앞까지 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수영장에 확진자가 다녀갔고, 센터에서도 막 알게 된 사실이라 공지를 하지 못했단다. 수영장 간다고 나왔는데,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 아쉬워 친구와 동네에서 아이스커피 한잔 나누며 수다 타임을 가진다. 수영장 물은 소독약이라 코로나 전파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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