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백석동 기준)에서 김포공항까지는 꽤 가까운 거리이다. 8~9km 정도. 택시비는 대략 10,000~12,000원대, 버스비는 한 번에 갈 수 있으니 1,500원 정도이다. 이렇게 근거리에 있는 공항을 두고 제주 출장에 배를 이용하게 된 건 단 한 가지! 렌터카 비용 때문이다. 지난 5월 렌터카를 일주일 이용하고 지불한 금액이 75만 원! 음, 출장 기간이 보름이니 대충 계산해봐도 숙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렌터카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출장 메이트인 아미와 배만큼이나 큰 대형 카페에 나란히 앉아 ‘배 타고 가자’라는 결론을 낸 것(습관이 무섭다고 말은 이렇게 하고 항공권 검색 앱을 클릭하고 있었음). 물론 자동차만 배로 보내는 방법도 생각해 봤지만, 그것도 왕복 비용 계산하면…. 결론적으로 일산-여수 운전해가서 여수-제주 가는 배를 타게 된 것이다. 여수발 제주행 배가 심야에 운행되는 탓에 선적에 객실까지 추가했지만, 편도 20만 원대였다. 일산-여수 운전이나 주유비도 발생하지만, 전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에게는 괜찮은 이동 수단이었다(물론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다).
여수 맛집 탐방과 밤바다는 덤이었다. 밤 11시까지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면 되는 상황이라 저녁쯤 도착해 물회로 끼니를 해결하고 밤바다를 거닐다가 아미의 친구를 만나며 남은 시간을 알차게 썼다.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제주행에 몸을 싣는 이들은 많았다. 우리처럼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자전거‧오토바이 라이더 하는 사람도 화물 운송에 나선 사람도 심지어 바다 건너가는 말도 있다(예로부터 ‘말은 제주로~’라더니). 이번 출장에 이용한 선박은 ‘골드스텔라호’이다. 2020년 새 단장을 해서 그런지 공용공간도 객실도 깔끔했다. 객실은 등급에 따라서 두 개 층에 나뉘어 있다. 친구와 내가 이용한 객실은 창이 없는 1등 침실(2인)이다(창 있는 객실, 마루형, 캡슐형 객실에 펫룸까지 다양하다). 1등 침실(2인)은 2층 침대로 되었고 침대에 커튼, 독서등, 콘센트까지 설치되었다. 소파, TV, 냉장고와 세면대가 있고 화장실은 공용이다. ‘배 위에서 보는 일출도 멋지겠지!’ 하는 생각에 일찍 일어나면 일출 보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객실 이용자는 객실 키 반납하고 가세요.’라는 안내 방송에 허겁지겁 일어났다는 사실.
공용공간에 마트, 도서관, 놀이 시설, 식당, 릴렉싱 룸 등이 있지만 코로나여서 그런지 심야 시간이라 그런지 이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고(제주-여수 올 때도 마찬가지였음) 야외 덱엔 사진 찍거나 통화 중인 이들 몇몇뿐이다. 객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공용공간에 의자가 많아서 그곳에서 새우잠 청하는 이들도 많았다(마트에 온수와 전자레인지, 각 층에 정수기와 자판기 구비).
안내 방송에 허겁지겁 잠에서 깼지만, 하차하는 데 별지장 없었다. 차를 주차해둔 곳으로 와 내릴 준비를 한다. 모두의 목적은 다르지만 기대감, 설렘, 익숙함 등의 감정을 담은 불빛이 자동차 시동과 함께 하나둘 켜진다. 배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 드디어 제주 도착이다! 공항이 아니라 부두를 통해 운전해서 나오는 이 기분 괜찮은데(차를 선박 하는 곳에 일하는 직원이 한 층에만 몇십 명 되는 듯하다. 안전하게 또 빠르게 안내해주셔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