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성혜 씬 도서관 잘 안 가죠?”하고. 맞다. 나는 도서관을 잘 안 갔다. 책은 대부분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쇼핑하듯 샀고 대부분 베스트셀러 또는 신착 위주였다. 꼭 필요한데 절판되거나 구하기 어려운 책은 도서관을 이용하긴 했지만, 일 년에 도서관 찾는 횟수는 거의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집에서 도보 5분이면 도서관이 있고 심지어 도보 30초에 아파트에서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던 내가 올 초부터 도서관에 밥 먹듯 들락거리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변화이다. 온‧오프라인 서점은 꼭 소장해야 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도서, 혹은 정말 팬인 작가의 책을 살 때만 이용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니 책 읽는 횟수도 늘었다. 책을 사서 볼 때는 한 달에 많아야 다섯 권 남짓이었지만, 도서관에서 대출하니 이전에 배는 더 읽는다.
나는 어쩌다 도서관을 즐겨 찾게 되었을까? 가만히 돌이켜보면 독서 모임을 시작한 탓이 8할 정도 되는 듯싶다. 독서 편식을 없애보고자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 모임에서 선정한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 문을 열기 시작했다. 빌려야 할 책이 있는 서가에 가면 해당 책만 들고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꽂힌 책을 훑어보고, 또 신착 코너에 어슬렁거리며 도착한 책을 살피게 되었다. 그러다 흥미 있는 책이 있으면 함께 대출한다. 온‧오프라인 서점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3개월 이내 출간된 책이 많았고 종류도 다양했다.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 혹은 마케팅 많이 하는 책 위주의 독서 습관이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처음 본 작가, 몰랐던 작가의 책을 손에 드는 날이 많아졌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해당 작가의 전작이나 해당 출판사의 관련 시리즈를 찾아서 완독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도서관에 희망 도서를 신청한다(다행히 아파트 도서관은 신착이 바로 들어오는 편이다). 그렇게 도서관 출입 횟수를 늘리게 된 것이다.
책 읽는 스펙트럼이 넓어지기 시작했고 몰랐던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면서 도서관 찾는 일이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도서관 이용 전에는 바로 읽고 싶은 책을 빌릴 수 없다는 게 싫었는데 요즘은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것도 즐거움이 된다. 구매할까 말까 망설이다 도서관 희망 도서를 신청하고 읽었는데 돈 주고 샀으면 아까울 뻔했다며 스스로 도서관 이용하길 잘했다고 칭찬한 적도 있다. 책 한 권을 여럿이 함께 보는 게 찝찝한 적도 있는데 요즘 도서관에는 책 소독기가 있어서 이것 또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타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일산의 경우 읽고 싶은 책이 집 근처 도서관에 없으면 지역 내 다른 도서관에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다. 책두레(상호대차 서비스)라고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 상태의 도서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종종 이용하는 데 편리하다.
요즘은 책 읽는 인구보다 출간하려는 이들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독서 인구가 줄었다는데, 도서관에 가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책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루에 정말 딱 5분만 책 읽기에 투자해보면 그 시간이 조금씩 늘어날지도 모른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더 큰 세상을 만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꼭 신간을 읽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세상에 좋은 이야기가 많다는 걸, 보석 같은 작가가 있다는 걸 도서관을 다니면서 배운다. 대출이 좋은 순간은 아마 도서관뿐이겠지.